해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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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해당화
  • 입력 : 2017. 06.13(화) 00:00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 열아홉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선생님/ 서울일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1965년 지구레코드,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

5월 중순 KBS에서 '이미자의 빅쇼'를 방송했다. 대표곡 '섬마을 선생님'으로 무대를 연 국보급 국민가수 이미자는 변하지 않는 목소리로 관객들을 열광하게 했다.

노래 '섬마을 선생님' 첫 머리에 나오는 해당화는 바닷가 모래땅에 피는 홍자색 꽃이다. 언뜻 보면 장미를 닮은 해당화는 양귀비꽃 만큼이나 아름답고, 매혹적인 향기도 뿜어낸다.

은빛 모래와 흰 파도, 뭉게구름과 함께 여름 바다를 장식하는 해당화는 5월 끝자락이면 피기 시작해 6월이면 절정에 이르고, 7~8월경 빨간 열매를 맺는다. 약으로도 쓰이는 해당화 열매는 살짝 깨물면 시큼한 맛이 난다. 탱자가시로 열매 속 씨앗을 파낸 후 입술에 대고 불면 '해당~ 해당~'하는 소리가 난다.

해당화의 꽃말은 그리움과 원망이다. 꽃말에 어울리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옛날 어느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며 바닷가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파도가 밀려와 두 사람을 덮쳤다. 남자는 온 힘을 다해 여인을 물 밖으로 밀어냈지만, 자기는 지쳐서 끝내 죽고 말았다. 한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인은 남자를 끌어안고 슬피 울었고, 눈물이 땅에 떨어지자 그 자리에 자색빛 해당화가 피었단다.

해마다 이맘때면 바닷가 어디에서나 해당화를 볼 수 있지만, 신안 장산도 사구, 비금도 하누넘 등 그리움이 별처럼 쌓이는 서해바다 작은 섬에 함초롬하게 피어있는 해당화가 더없이 아름답다.

글을 쓰다 보니 30년도 더 지난 대학시절 신안 사옥도 농활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은 다리가 놓여 쉽게 갈 수 있지만 그 때에는 목포 뒷개에서 작은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갔다.

첫날 밤, 마을 처녀 너댓명이 쳐들어(?) 왔다. 섬 지역 풍습인 '길삯'으로 음식을 사고 노래도 불러야 한단다. 머뭇거리면 여지없이 작은 바늘로 찌르며 채근했다. 이장님댁에서 밥을 해주던 눈이 큰 벙어리 처자도 함께였다.

떠나오던 날,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너머로 해당화가 곱게 피어 있었다. 그리고 섬이 아스라이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벙어리 처자의 안타까운 얼굴도 마지막이었다. 그립다 모두….
최도철 뉴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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