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27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야간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 규모는 가히 충격적이다. 서울 면적의 약 75%에 해당하는 450㎢면적의 산림이 소실되었고, 이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단일 산불로는 최대 피해 면적이라고 한다. 인명 피해 또한 적지 않았다. 총 28명이 목숨을 잃었고, 32명이 다쳤으며, 피난 인원은 무려 3만 6000명을 넘었다. 이 외에도 3481개의 건축물과 27건의 국가유산이 피해를 입었다. 이번 화재는 성묘객이 묘지를 정리하던 중 낸 불 때문에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대내외적으로 힘든 시기에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이다.
이보다 앞선 1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유사한 대형 산불이 발생한 바 있다. 특히 LA 해안가의 고급 주택가까지 산불이 번지면서 유명 연예인들이 대저택을 뒤로한 채 대피하는 장면이 SNS를 통해 퍼지는 등 산불의 심각성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1월7일부터 31일까지 발생한 이 산불은 LA 광역권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해 확산된 것으로, 230㎢ 면적의 산림이 소실되었으며, 인명 피해도 컸다. 총 28명이 숨지고, 22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31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20만명이 넘는 이재민과 최대 2750억 달러(한화 약 400조)에 달하는 재산 피해는 이번 산불이 최근 40년 내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화재들 중 가장 큰 규모였음을 방증한다.
이렇듯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근의 산불은 규모와 지속성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해 뚜렷이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는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무엇인가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뜻일까?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기후변화’라는 이름의 커다란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나무가 많은 산림 구조가 이번 산불 확산의 요인으로서 제기되기도 한다. 활엽수에 비해 소나무는 화력이 강하고 불에 오래 타는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이번 산불처럼 대규모로 번지는 상황에는 기후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 많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지구 온도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후의 ‘극단화’를 동반한다. 이례적인 폭우가 한 해를 덮친 뒤, 그 다음 해엔 극심한 가뭄이 찾아오는 식의 기후 극단화가 반복되거나, 북극 해빙 감소로 북극 제트 기류가 강화되어 이례적 강풍 발달을 유도하기도 한다. LA 산불의 경우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섭씨 29도에 달하는 이례적인 폭염과 극심한 가뭄, 강풍이라는 ‘완벽한 삼박자’ 속에서 발생한 것이다. 의성에서 시작된 이번 경북 산불 역시 동해안의 고수온 현상이 심각해지며 고기압이 발달해 비가 내리지 않고 3월부터 고온 건조한 환경이 조성된 상황, 남고북저형 기압 배치로 서풍이 강화된 환경 속에서 그 피해 규모가 커진 것이다.
최근 몇 년간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과거에는 주로 봄철에 집중되었던 산불이 최근 들어 사계절 내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주요한 변화 중 하나다. 산불은 이제 특정 지역이나 계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일상적 재난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잃어버린 삶의 터전과 상처 입은 자연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산불을 단지 ‘자연재해’로만 여기지 않고, 기후 위기의 또 다른 얼굴로 직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무엇보다도, 앞으로의 재난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기후 대응과 재난 대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