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철홍 전 전남도의회운영위원장 |
태종실록에 따르면, 조선태종 13년(1413년)에 전라도 ‘도절제사영’이 나주에서 담양으로 이전되었다는 언급이 있다. 이 말은 담양이 지금으로 말하면 당시 도청소재지였다는 말이다. 이후 ‘도절제영’이 ‘감영’(각 도 최고 행정기관)으로 변하면서 감영은 ‘전주’로 이동했다. 그러나 담양은 여전히 ‘부(府)’ 로서 중요한 지역의 하나였다.
즉 담양은 종 3품 ‘부사’가 발령이 되는 ‘나주목’과 동급의 주요한 고을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담양은 고려시대부터 호남 내륙 중심지로 남원· 순천· 광주· 나주 등 주요 지역과 연결되며 군사·행정 거점으로 적합했다.
요즘 ‘광주·담양통합’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 나는 광주·담양통합 문제가 한창 이슈가 되었을 때 통합반대 입장이었다. 그 이유는 현행법적으로 통합은 지금의 광주 광산구처럼 ‘광산군’이라는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광주에 편입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내 생각은 전남도나 광주시가 정치적 합의를 보고 국회의원들이 나서 특별법을 제정해서 ‘광주시 담양군’으로 갈 수 있다면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이 일은 쉽지가 않다.
‘대구달성군’이나 ‘부산기장군’처럼 되기 위해서는 광주시와 담양군 통합은 현행법상 어려우며 ‘행정구역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 법을 제정하려고 하면 우선 전남도에서는 반대할 것이다. 담양이 그렇게 되면 광주 인근 접경지역인 화순·장성·곡성·함평등도 통합운동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 입장에서는 담양 하나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전라남도 출신 국회의원 동의가 절대적 필요한데 그들이 찬성할 리가 없다. 담양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도 담양만이 아닌 영광·장성·함평을 지역구로 같이 두고 있어서 앞장서기도 쉽지 않다.
담양 단체장도 담양군민 의지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예산이나 여러 가지 문제등으로 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어려운 난관을 산처럼 쌓아 두고 무조건적 광주·담양 통합을 부르짖고 찬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담양군이 앞서 이야기한 ‘담양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현실적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광주·전남통합’이 이루어지면 된다. 한때 급물살을 타던 광주·전남통합이 요즘은 주춤하다. 광주·전남통합이 이루어지면 담양군 주도로 광주 ‘북구’나 ‘광산구’와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특별법 없이도 가능할 수는 있다.
이보다 더 좋은 국가적인 방법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주장한 ‘강소도시’ 이다. 이회창후보는 강소도시를 통해 균형 잡힌 국가발전을 이루고, 대도시와 지방 간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발표한 행정구역 개편 구상에 포함된 내용도 있다. 이 개편안은 전국 234개 시·군·구를 약 60~70개 ‘광역시·시·군’으로 통합하는 매우 대대적인 개편 구상이었다. 그러나 당시 발표된 안은 담양을 장성ㆍ정읍등으로 묶어 도 경계를 넘어선 통합 안으로 지역특성이나 정체성·정치적 반발로 실현되기 힘든 완전 ‘졸속 안’이었다. 이런 졸속 안 때문에 담양에서는 그럴 바에 광주로 통합하겠다는 광주·담양 통합 문제가 본격제기 되었던 것이다.
‘광주권 메가시티 정책’도 앞으로 눈여겨 지켜봐야 될 사안이다.
가장 좋은 방안은 도가 해체되고 담양군이 주도하여 광주북구와 광산구 일부 포함 인구50만 정도 ‘강소도시 담양군’을 만들어내는 것이 현실성 있다고 생각한다.
담양은 고려시대부터 호남 내륙 중심지로 남원·순천·광주·나주 등 주요 지역과 연결되며 군사·행정거점으로 적합했고, 현재는 전국과 영호남 잇는 교통 요충지로 경제, 관광, 거주, 농업 중심지인 강소도시로 우뚝 설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담양군’은 옛 ‘담양부’로서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
광주·담양 통합 문제는 담양의 천년대계가 달린 문제임으로 멀리보고 신중하게 접근해 갈 필요가 있다.
다만 이번 대선이나 내년 지자체 선거 에서 우리나라 고질병인 중앙집권 집중화를 해소하고 치료하기 위한 대대적 ‘행정개편 안’이 나왔음 하는데 아직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많이 아쉽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