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종필>새로운 개념의 산불대책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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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종필>새로운 개념의 산불대책 만들어야
박종필 전남도 환경산림국장
  • 입력 : 2025. 04.01(화) 17:46
박종필 전남도 환경산림국장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연평균 546건의 산불 중 봄철(3~5월)에 303건(56%)이 발생했다. 남고북저의 기압계와 육지와 바다의 기온차가 바람을 더 세게 만들고, 건조주의보 등이 최악의 조건을 만든다고 한다.

지난 3월 21일부터 발생한 경남, 경북, 울산지역의 산불 피해규모는 축구장 6만7300개 면적의 산림이 훼손되고 사망 30명, 부상 45명, 시설 피해 6192건 등 수많은 사상자와 막대한 재산 피해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준 사상 최대의 산불로 기록되었다. 봄철에는 건조한 날씨로 바짝 마른 낙엽이 작은 불씨에도 쉽게 타오르며 강한 바람은 불씨를 빠르게 확산시켜 산불 위력이 더욱 커진다. 이번 산불도 초속 15m의 바람에 확산 속도가 22년 발생한 울진 산불 보다 2.5배가 빨랐다고 한다. 봄철 산불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체계적인 전략이 있어야만 진화가 가능한 재난 상황이다. 매년 반복되는 재난에 제대로 된 예방법과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 봐야 한다. 먼저 임도 건설에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임도는 소방차와 진화대가 진입하는 길이자 대피로인데 우리나라 임도 밀도는 선진국과 비교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토지사용에 대한 산주동의를 얻기가 어렵고 생태계 파괴 우려로 반대하는 환경단체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임도 건설이 쉽지 않다.

길을 내는 것과 산불로 태워 버리는 것 중에 어느 쪽이 산림을 더 훼손하는지는 명백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나서 임도 관리 기준을 만들고 산주들에게서 토지를 수용해 임도를 건설 관리하는 적극적인 행정에 나서야 한다. 이와 함께 수종 교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산불 피해를 줄이려면 확산 속도를 늦춰야 하는데 소나무 일색인 수종 구조는 불쏘시개나 다름없다. 이번에 피해가 집중된 영남지역도 소나무가 밀집되어 있다. 소나무는 불에 타면 수 ㎞를 날아가 불씨를 옮기며 송진은 화력을 더욱 증가시킨다. 수분 함유량과 수액이 많은 나무를 중심으로 혼합림을 조성하면 산불이 발생해도 확산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일부 위험 지역만이라도 수종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사유림 산주들의 동의를 얻어 산림 면적당 일정 비율을 내화수림으로 조성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수종전환을 위해 벌채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내화력이 강하면서도 비용이 적게 드는 외래 수종을 도입하는 사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산불 진화용 헬기의 담수 용량도 반드시 제고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도에서 운영 중인 9대의 임차 헬기 중 1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1200L 이하로 신속한 진화에 한계가 있는게 사실이다. 4000L 이상의 진화 헬기 대형화가 신속한 진화에 필수적이다. 저수지 또한 많을수록 좋다. 산불의 길목이 될 만한 곳에 소규모 저수지를 지어 놓으면 그 자체로 방화벽이 되고 헬기의 용수 공급처로 이용되어 산불 진화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진화 인력의 전문화와 장비의 현대화도 필요하다. 지자체가 기간제로 뽑아 운영하는 진화대원이 전문 소방인력이 아닌 지역의 고령자들로 구성된다는 점도 되돌아봐야 한다.

산림인접 지역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으로 이번에 산불을 끄다 희생된 진화대원 3명도 모두 60대이다. 진화대원들은 살수 기능을 갖춘 개조 트럭이나 등짐 펌프, 방화선 구축용 갈고리 등을 사용한다. 대형 산불 대응책임을 소형 산불 대응에 맞춰진 진화대원들에게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드론을 활용한 산불 감시와 도민들에 대한 예방 홍보도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산불을 계기로 총체적인 반성과 재점검을 통해 산불 대응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점점 늘어나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봄철 대형 산불이 뉴노멀로 정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작은 불씨도 언제든지 대형 재난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 이제는 주민 대피, 진화 과정, 사후 복구 등에 대한 과거의 매뉴얼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개념의 산불 재난예방과 진화대책을 세부적으로 수립하여 이러한 대형 재난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산불로 잃어버린 우리 숲을 복구하는 데는 100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되며, 그 외적인 손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모두가 숲의 중요성을 알고 산불조심기간 동안 입산통제구역은 출입을 삼가고 담뱃불, 불법소각 등으로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산불 예방에 적극 동참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