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전남도 제공 |
여수산단의 기반인 석유화학산업이 글로벌 경기침체 및 고금리 장기화,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불황을 겪으면서 산단 내 기업들의 공장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지난 수십년간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맡았던 여수산단이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전남도는 정부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강력 요청하는 등 여수산단 회생을 위한 다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30일 전남도 및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여수산단 입주업체들이 중국발 석유화학제품 공급 과잉, 글로벌 경기침체, 고유가, 고환율, 원자잿값 폭등 등 복합적인 악재로 수출량이 급감하는 등 매출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공장 가동 중단과 인력 재배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수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여수산단 주요 5대 기업 경영실적’을 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2464억원, 한화솔루션 -347억원, YNCC -606억원 등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나마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은 각각 12억원, 197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전년 대비 실적은 크게 하락했다.
여수산단의 경영 악화로 여수시의 지방세 수입도 급감했다. 지난 2023년 9월 기준 3441억원이었던 여수시 지방세는 지난해 9월 2451억원으로 1년 사이 29%나 줄었다.
전남도는 여수산단의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해 민·관 합동 ‘석유화학산업 위기대응 협의체’를 출범시킨 데 이어, 올해 도지사 직속으로 ‘석유화학산업 위기대응추진단’을 신설하고, 산단 고용 안정 등을 위해 예비비 30억원을 긴급 투입했다.
또 ‘여수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친환경·고부가 산업 재편 △탄소중립형 산업단지 조성 △산업 인프라 확충 △규제 개선 등 4개 분야 39개 사업에 총 5조6480억원의 투입 계획을 밝혔다.
정부 차원의 긴급 지원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여수산단의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도 강력 촉구하고 있다.
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 지역경제정책관을 비롯한 중앙부처 관계자들이 여수산단을 방문해 현장 실사를 진행한 자리에서 전남도는 산단의 위기 실태와 지역경제·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면 기업 구조 고도화, 스마트공장 구축 등을 위한 국비 지원사업 및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인력 지원, 투자유치 인센티브, 정책자금 및 금융지원, 연구개발(R&D), 산업전환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여수산단을 친환경·고부가 산업 기반으로 재편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국비 확보는 물론 산단 내 고용 안정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대응지역 지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앙과 지역 정치권도 여수산단의 위기 극복을 위한 선제대응지역 지정 및 정부 및 여야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2월 국회에서 여수와 광양, 포항 등 주요 산업도시를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와 중국의 밀어내기식 수출로 인해 여수산단 등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해당 지역에 대한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 산업 재구조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한 실증사업 지원, 직업 전환 훈련 등 노동자 대책, 지역 상권 활성화 등의 구조적인 해법을 여야가 함께 논의해 추진하자”고 말했다.
전남도의회도 ‘산업단지 지속성장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주종섭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국내 최대 석유화학 생산단지인 여수산단 내 기업들의 생산 중단, 매각, 구조조정 등이 이어지고 있는 등 심각한 경영 악화와 고용 불안이 발생하고 있다”며 “전남도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기준을 완화함에 따라 지정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산업통상자원부, 여수시, 지역 기업,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산업위기 극복과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여부는 향후 산업위기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