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의 법령위반 무리한 기소에 '제동'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법원검찰
법원, 검찰의 법령위반 무리한 기소에 '제동'
정준호 의원 재판 공소 기각 펀결
수사검사가 기소…"검찰청법 위반"
"기소 독점 검찰, 신중했어야" 지적
공소시효 탓 재기소 불가능 전망도
  • 입력 : 2025. 02.16(일) 18:42
  •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준호(광주 북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공소가 법원으로부터 기각됐다. 수사개시검사와 공소제기검사 분리를 명시하고 있는 검찰청법을 위반하며 기소를 하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검찰의 치명적인 실수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12부(박재성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과 선거 캠프관계자 2명 등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건을 조사하고 신문 조서를 작성한 A검사가 압수수색 영장과 공소를 제기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는 검찰청법 4조2항을 위반한 것으로 공소제기 권한이 없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청법 4조2항은 지난 2022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도입됐으며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하여는 그러지 아니하다’는 단서조항을 포함해 규정됐다.

즉, 해당 사건의 경우 광주 북구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로 시작됐고 선관위 조사자는 사법경찰관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단서에 적힌 예외 사례로도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형사 사법 기관인 검찰이 적법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지역 법조계에서도 지적이 나온다.

경찰 출신으로 광주지역 법무법인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50대 B씨는 “‘검수완박’이 이뤄지면서 검찰이 수사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기소 및 공판 업무만 전담하게 됐는데, 기소권의 힘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업무에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실수 하나로 법을 잘 아는 피고인이 법망을 피해간다면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작용해야 할 사법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C 변호사도 “공소제기 과정에 재판부에 제출할 서류들은 수많은 결재와 절차가 진행되는데 몇번의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이같은 사실을 놓친 검찰 관계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사건을 재기소하겠지만, 이미 그것만으로도 정 의원 측에 재판 지연의 빌미를 주게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공소기각 선고 직후 검찰은 “판결문이 나와야 재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선거사건 처벌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판결문이 나오는데로 신속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로 인해 검찰의 재기소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공판 기일에서 “해당 사건 기소 시점부터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시효가 정지되며 시효가 만료되지 않았다”며 애초부터 재기소를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에서 공소시효 정지 사유로 정한 ‘공소제기’는 당초 공소제기가 적법했을 경우에 적용된다는 해석으로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않았다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공소시효는 지난해 10월 10일 종료됐다는 분석이다.

같은 날 정 의원 측도 입장문을 내고 “권한없는 자의 공소제기는 공소시효의 정지사유에 해당하지 않기에 검찰이 항소포기 후 즉각 재기소로 결정한다면 검찰청법의 입법목적 및 본 판결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다”면서 “이미 6개월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상태임이 명백하고 검찰은 재기소 여부를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신중히 검토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 의원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법 전화 홍보방 운영(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자녀 채용을 명분으로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