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사태>불안·혼란 속 긴 밤 지샌 시민들 ‘긴장’···하루종일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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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12·3 계엄사태>불안·혼란 속 긴 밤 지샌 시민들 ‘긴장’···하루종일 뒤숭숭
계엄령 속보 지켜보며 공포 느껴
"정부 신뢰 훼손 대통령 책임져야"
  • 입력 : 2024. 12.04(수) 18:45
  • 민현기·정상아 기자
3일 오후 10시 30분께 광주 동구 충장로 한 음식점에서 김정호(52)씨가 텔레비전을 통해 계엄령 선포 소식을 접하고 있다. 민현기 기자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며 광주를 비롯한 전국의 시민들은 혼란과 불안 속에 긴 밤을 보냈다. 국회의 해제 요구로 비상계엄이 일단락됐지만, 충격은 다음날 아침까지 시민들의 일상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김정호(52·직장인)씨는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께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음식점에서 직장 동료들과 음식을 먹다가 TV로 생중계된 윤대통령의 긴급 담화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크게 놀랐다. 그는 불안한 마음에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고 안부를 물으며 급히 자리를 정리했다. 김씨는 “전쟁이나 테러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비상계엄을 선포하는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며 “내일부터 광주 도심에 탱크와 군인들이 배치되고 일상이 통제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씨처럼 계엄령 선포에 놀란 대다수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해외 출국이 가능한지, 일상이 어떻게 변할지 등을 염려하며 불안한 밤을 보냈다.

다음날인 4일 비상계엄령 선포 명령이 해제됐지만 지역민들은 공포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긴장한 모습으로 출근길에 나서는 분위기였다.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구·도청) 정류장에서 만난 대학생 박수왕(22)씨는 전날의 충격을 말하며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일찍 잠에 들었던 그는 지인들의 연락을 받고 뒤늦게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했다. 기상 악화나 재난 상황이 있을 때면 시끄럽게 울려대던 긴급재난문자마저 발송되지 않은 탓에 의아함을 느끼던 그는 기사를 접한 뒤 잠이 확 달아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는 “어제 속보가 뜬 이후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하고 국회의 계엄령 해제 표결 과정, 계엄군 철수 등을 살피며 아침을 맞았다”며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됐으나 아침까지도 안심이 되지 않아 등교를 할 지 말 지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일찍 학교에 도착한 동기들이 벌써 강의실은 비상계엄 이야기로 뒤숭숭하다는데, 다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당황한 것 같다”며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가 어떨지 예측이 되지 않아 걱정이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번 계엄령 선포는 경제적 불안감으로도 이어졌다. 특히 관광업계에서는 비상계엄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함평군에서 프로골퍼로 활동하고 있는 정수영(30)씨는 무안공항의 신규 국제선 노선 운항이 시작된 상황에서 계엄령이 관광업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는 “겨울철이면 동남아와 연계한 골프 관광 상품이 큰 인기인데, 비상계엄은 사실상 국가비상사태와 같다”며 “시민 안전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관광 상품 모집이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광주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정민지(52)씨 역시 불안한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독선적 결정으로 전 국민이 공포에 떨게 됐다”며 “계엄령이 해지됐다고 해도 이번 사건은 시민들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였다”고 우려했다.

정씨는 “이번 사건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한 일로, 대통령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현기·정상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