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오전 2시께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비상계엄 선포 철회를 촉구했다. 정상아 기자 |
지난 3일 윤석열 정부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뉴스를 접한 송남주(67) 씨는 깊은 충격에 휩싸였다. 송씨는 1980년 5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하며 계엄군의 무차별 폭력에 맞섰던 생존자다. 45년 전,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며 목숨을 걸었던 그에게 이번 사건은 과거의 비극이 재현되는 듯한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당시 20대 초반의 송씨는 군 입대를 앞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민주화를 외치던 학생들과 시민들이 계엄군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폭행당하고 끌려가는 장면을 목격한 뒤,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시민군에 합류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갔다. 나도 언제 죽을지 몰랐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며 “수류탄을 조끼에 달고 군용차를 운전하며 잘못된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45년이 지난 지금, 그는 과거의 비극이 재현되는 듯한 뉴스를 접하며 충격과 두려움을 느꼈다. 송씨는 “어제 TV에서 보니 마치 1980년 5월로 돌아간 것 같았다”며 “심장이 쿵 떨어지는 듯한 두려움과 울분이 동시에 밀려왔다”고 말했다.
송씨는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마땅한 이유도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다니 정말 말도 안 된다”며 “이는 국민을 위협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비상계엄은 국가의 비상사태에서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군이 민간 통제를 대신하는 극단적인 조치다. 송씨는 이를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부당하고 명분 없는 조치임을 지적했다.
그는 “광주 시민으로서 비상계엄이 얼마나 무겁고 끔찍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윤석열 대통령은 책임을 지고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씨는 현재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에게 깊은 지지를 보냈다. 그는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광주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그는 “힘든 시절을 이겨내며 민주화를 지켜냈는데, 후대에 또다시 같은 고통을 물려줄 수는 없다”며 “윤 정부가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광주시민들과 함께 싸우겠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