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드민턴협회가 소재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 로비에서 안세영 선수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안세영 선수의 ‘작심 발언’으로 시작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 결과 후원 용품 계약 방식에 대한 문제점과 일부 임원들의 부정 의혹 등이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발표를 진행했다.

앞서 문체부는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고 후 협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안세영(삼성생명)의 발언 이후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제도 개선, 국가대표 관리, 보조사업 수행 상황 점검, 협회 운영 실태 등을 중점으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조사 결과 먼저 협회 후원 계약 방식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 협회는 유니폼뿐만 아니라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 신발 등도 선수들이 후원사 용품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국내 올림픽·아시안게임 44개 종목 중 이렇게까지 예외 없이 의무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국가대표 선수단 대부분이 라켓과 신발 등 경기력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용품은 원하는 용품 사용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체부는 경기력과 직결되는 용품은 선수의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현재 협회와의 후원 계약이 2027년 3월까지인 점을 감안해 신속한 개선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 2017년 협회 후원사의 전체 후원금(연 361만달러, 약 48억5500만원) 중 20%(연 72만2000달러, 약 9억7100만원)를 경기력 및 성과 등에 비례해 국가대표 선수단에 배분하는 규정은 2021년 6월부로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문체부는 “협회는 해당 조항 삭제 전 당사자인 국가대표 선수단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대다수 선수단이 문체부 의견 청취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인지했다”며 “경위와 해당 예산 사용처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안세영이 지적했던 비국가대표 선수 국제대회 출전 제한도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협회는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는 국가대표 활동 기간 5년을 충족하고 일정 연령(남자 28세, 여자 26세) 이상인 경우에만 세계 대회 출전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문체부는 “국내 44개 종목 중 비국가대표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며 “선수단 대다수는 해당 규정을 폐지 또는 완화하기를 희망하는 만큼 선수의 직업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국제대회 출전 제한을 폐지하도록 권고한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졸업 5000만원, 대학교 졸업 6000만원 등 학력에 따른 연봉 상한 차별과 고졸 7년, 대졸 5년(해당 기간 군 복무 불포함)에 해당하는 지나치게 긴 계약 기간 등 신인선수 계약 관련 문제도 짚었다.

문체부는 “실업연맹이 있는 21개 종목 중 20개 종목은 선수의 연봉과 계약기간에 대한 규제가 없다”며 “국가대표 선수단 및 전문가는 학력에 따른 연봉 차별을 철폐해야 하고, 계약 기간 역시 단축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문체부는 △배드민턴협회 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 및 유용 의혹 △협회 임원 운영 업체에 수수료 지급 △일부 임원 규정 성공보수(인센티브) 수령 △국가대표 후원 물품 관리 부실 및 목적 외 사용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회장의 후원물품 배임 의혹과 관련해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 기부 및 후원물품 관리 규정 제6조 및 제7조 등을 위반한 사실을 파악하고 횡령과 배임의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 정관에 따르면 협회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지만, 일부 임원이 협회 마케팅 규정을 이용해 후원사 유치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유치금의 10%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받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문체부는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협회가 선수와 지도자를 위한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이달 말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