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문화도시광주전 ‘서로 엮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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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일본서 문화도시광주전 ‘서로 엮은 이야기’
23일까지 오키나와 '사키미술관'서
광주·전남 8명·오키나와 6명 참여
역사와 평화 주제로 작품 선보여
전쟁·식민지배 격동의 역사 겪어
"비슷한 역사·아픔 지역연대 계속"
  • 입력 : 2024. 09.03(화) 13:34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홍성담 작 ‘마부니의 바람’.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광주시립미술관은 2012년 이래로 매년 개최한 문화도시광주전을 올해는 일본 오키나와 소재 사키마미술관에서 오는 23일까지 개최한다.

문화도시광주전은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국제무대에 소개하고 해외기관 및 해외작가들과 교류하기 위한 전시다. 이번 ‘서로 엮은 이야기 Interwoven Narratives’전은 광주·전남 작가 8명과 오키나와 작가 6명이 함께 역사와 평화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작가는 김화순, 노은영, 박성완, 이상호, 이세현, 이준석, 하성흡, 홍성담과 킨조 미노루, 타이라 코우시치, 요나하 타이치, 이시가키 카츠코, HAYATO MACHIDA, 나카마 노부에 작가로 총 14명이다. 이들은 역사를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세현 작 ‘Boundary_505 보안부대’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35년간 일본의 식민 지배 하에 있던 한반도는 1945년 일본의 항복으로 해방된 후에도 미국과 소련의 신탁통치, 민족분단과 전쟁, 군사정권과 민주화를 위한 투쟁 등 격동의 시기를 겪었다. 특히 광주에서는 1980년 5월 정치권력을 장악하려는 신군부 세력에 맞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국가가 자국민에게 저지르는 폭력의 한 사례인 5·18민주화운동은 현재까지도 첫 발포명령자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공식적인 사상자 수 역시 집계되지 않고 있다.

1429년 건설된 류큐왕국은 17세기에 일본의 막번체계에 종속됐으며, 1879년 메이지정부의 폐번치현 정책에 따라 오키나와현이 됐다. 일본에 편입된 오키나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상륙해 태평양전선 최대의 혈전 장소가 된다. 이 전투에서는 미군뿐만 아니라 일본군에 의한 자국민의 피해가 상당했는데, 일본은 자살특공대에 민간인을 동원하거나 집단자살령을 내려 무고한 주민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전투가 종료된 후에는 1972년까지 미국이 오키나와를 점령했으며, 일본에 반환된 현재까지도 주일미군이 주둔하고 있어 각종 사회정치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국에 의한 지배와 국가폭력의 경험이 서려 있는 두 도시의 예술가들을 3지점에서 서로 엮었다. 첫 번째 지점은 ‘장소’로 약 1000km 떨어진 두 도시의 작가들이 공통의 의제를 위해 사키마미술관에 모였다. 두 번째 지점은 ‘세대’로 국가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들이 함께 역사를 올바르게 기록하고 전승하고자 한다. 마지막 지점은 ‘매체’로 판화, 회화, 한국화 등 다양한 매체의 어우러짐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가 진행되는 사키마미술관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중 하나인 후텐마 비행장에 인접한 곳으로 비행장이 조성된 땅의 일부는 원래 사키마 미치오 관장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었다. 관장은 오랜 협상 끝에 일부를 반환받아 미술관을 설립했으며, 군용지대로 받은 돈으로 ‘삶과 죽음’, ‘고뇌와 구제’, ‘인간과 전쟁’을 주제로 한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하성흡 작 ‘1980.5.21 발포’.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 관장은 “광주와 오키나와는 일본제국의 식민지로, 일제 폐망 이후에는 미군의 주둔, 다양한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등 비슷한 역사와 아픔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 직접 겪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경험이나 이후 세대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시도로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서로 엮인’ 광주와 오키나와 작가 14명의 교류로 탄생한 전시인 만큼 두 지역의 연대가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