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 동구 한 편의점 앞에 ‘픽시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정상아 기자 |
최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 민주광장에서 청소년들이 ‘픽시 자전거’를 타고 묘기를 부리고 있다. 정상아 기자 |
#광주 광산구에 사는 40대 주부 전모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중학교 1학년생인 아들이 ‘픽시 자전거’를 사달라고 조르기 때문이다.
전씨는 “처음에는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아들의 부탁에 해당 자전거를 사주려고 했다”며 “구매를 위해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제동장치가 없어 위험하다는 글이 많았다. 아들 말을 들어보면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자전거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혹여 다칠까 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 자전거’가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픽시는 ‘픽스드 기어 바이크’(Fixed gear bike)를 줄여서 사용한 말로, 뒷바퀴에 기어가 고정된 고정기어 자전거를 말한다. 해당 자전거는 페달을 멈출 수 있게 도와주는 프리휠 기어가 없으며 페달을 밟으면 가고 멈추면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본래 경기장에서 타는 선수용 자전거로 사용됐으며, 장애물이 없는 전용 트랙에서 빠른 속도로 질주하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오히려 위험하다는 점을 고려해 생겨났다. 선수의 경우 시속 70~80㎞, 일반인도 60㎞까지 달릴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픽시 자전거가 유행하며 위험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거나 묘기를 부리기 위해 픽시 자전거를 구매하고 있다. 대리점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대당 가격은 40만원이 훌쩍 넘는다.
픽시 자전거는 고정기어 특성상 페달을 굴리지 않아도 멈추기가 어려워 페달 역방향으로 힘을 가해 속도를 줄이는 ‘스키딩’ 기술을 함께 사용하는데, 해당 기술이 SNS에서 역동적인 음악과 스키딩 장면을 담은 숏폼이 인기를 끌면서 픽시 자전거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들이 경량화나 멋을 내기 위해 브레이크를 제거하면서 제동력이 떨어져 사고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10대 미만~10대 자전거 교통사고는 2019년 21건, 2020년 31건, 2021년 35건, 2022년 35건, 2023년 32건 등으로 총 154건 발생했다.
전남지역의 경우 2019년 61건, 2020년 87건, 2021년 85건, 2022년 59건, 2023년 68건 등으로 총 360건에 달한다.
도로교통법상 바퀴에 브레이크를 달지 않은 자전거의 경우 차도나 자전거도로에서 주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범칙금 1만원 부과대상이며,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 마련과 안전교육 등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홍보와 단속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픽시 자전거는 오랜 경력의 라이더들도 안전 사고에 대한 부담이 있는 편인데 초보자들이 유행에 따라 구매해 안전장치도 없이 위험하게 타고 다닌다”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제동장치가 없는 자전거는 청소년에게 제한을 두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픽시 자전거는 급제동이 어려워 충돌 위험이 높다”며 “인파가 몰리는 산책길에서 자전거 사고 예방 홍보와 현장 단속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