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앞둔 대학가 ‘소비 양극화’… 원룸촌 ‘희비’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경제일반
개강 앞둔 대학가 ‘소비 양극화’… 원룸촌 ‘희비’
월세부담에 통학 선택…학생수요 ‘뚝’
노후 원룸·고시원 위주 공실률 증가
부모 경제력에 신축원룸은 대기인원
학생들 생활비 등 소비 행태도 갈려
  • 입력 : 2024. 08.29(목) 18:09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대학교 개강을 앞두고 조선대학교·전남대학교 인근 일부 원룸 월세가 경기침체 영향으로 학생들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대가 소폭 하락하고 있다. 반면 신축 원룸은 빈방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 오히려 가격이 1~2만원가량 오르기도 했다. 사진은 조선대학교 인근의 원룸촌.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대학가 원룸·고시텔 촌도 학생들의 수요에 따라 공실률이 달라지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경제력에 영향을 받는 학생들의 소비 행태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29일 광주지역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조선대학교·전남대학교 인근 원룸 월세는 경기침체 영향으로 학생들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대가 소폭 하락했다. 특히 대학교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외곽지역의 ‘구축 원룸’은 매년 1~2만원 정도 가격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축 원룸’은 빈방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 오히려 가격이 1~2만원가량 올랐다.

조선대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겨울부터 공실이 조금씩 늘기 시작해 가격대도 소폭 하락하고 있다. 신축 원룸은 인기가 많아서 빈방이 없는 곳이 많지만 구축 원룸은 공실이 20% 가까이 되는 곳도 있다”며 “신축·풀옵션·생활인프라 등을 고려해 월세 40만원이 넘는 충장로 인근 오피스텔을 선택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전남대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도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없는 부모를 둔 학생들은 월세 30만원과 40만원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방을 구하더라도 좋은 곳을 구하니 신축 건물은 빈방이 없는데, 전남대 후문에서 조금 떨어진 구축 건물은 14개의 방 중 적게는 2개, 많게는 3~4개의 방이 비어있다. 예년과 비교해 확실히 공실이 늘고 있다”며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학생들은 구축 원룸이나 고시원을 선택하곤 했는데, 그마저도 사라져 빈방이 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년 전 35~36만원이었던 신축 원룸 월세가 현재 40~42만원까지 올랐다. 반대로 구축 원룸은 5년 전 30~32만원이었다면 지금은 27~28만원 정도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조선대 인근 원룸촌을 둘러본 결과, 신축 원룸은 ‘원룸-없음, 투룸-없음’ 등의 문구가 붙어있고 문의 번호도 가려져 있었지만, 구축 원룸의 경우 ‘즉시 입주 가능’ 등의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단기 거주가 가능하고 관리비가 없어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고시텔’ 역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신축 원룸과 다를 바 없이 리모델링된 일부 고시텔의 경우 30~40만원대의 가격에도 ‘대기’ 인원이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오래된 고시원의 경우 공실이 50%가 넘어갈 정도로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조선대 인근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A씨는 “이번 달에만 여섯 명의 학생이 방을 뺐다. 코로나 이전에는 빈방이 없었는데, 현재 50여개의 방 중 절반 이상이 공실인 상태다. 코로나 때는 3~4명의 학생을 데리고 있기도 했다. 90%가 공실이었던 셈이다. 대학 수업이 정상화되며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회복의 기미가 없다”며 “경기가 어려우니 저렴한 고시원, 구축 원룸으로 학생들이 몰릴 거라고 예상하는데 전혀 아니다.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부모들은 20만원의 지출도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을 통학시키거나 기숙사에 보내려고 한다. 남원에서 통학한다며 방을 뺀 학생도 있었고 기숙사에 들어간다며 방을 뺀 학생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고시원에 살고 있는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어렵게 학교에 다니고 있다. 불법 대출에 손을 대는 학생들도 여러 명 봤다”며 “경기가 회복돼야 상황이 나아질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 버티기가 힘들어 얼마 전 ‘비공개’로 부동산에 건물을 내놨다. 그때 부동산 중개사가 “3년 전에 내놓은 고시원도 팔리지 않고 있다. 비공개로 내놓은 고시원이 많다”고 말하더라”고 덧붙였다.

일부 학생들의 소비 수준도 눈에 띄게 나뉘고 있었다. 고물가 탓에 식비 부담을 호소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월세 포함 생활비로만 한 달 100만원을 쓴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사용하는 생활비만 두 배가량 차이 나는 셈이다.

조선대 학생 B(21)씨는 “통학 거리·시간이 부담돼 올해는 기숙사에 들어가거나 자취를 할까 했는데 비용 부담으로 포기했다”며 “한 달 용돈으로 25~30만원 정도 받고 있다. 나머지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하고 있는데 요즘은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근무 시간도 3시간 정도로 짧게 나뉘어 있어 원하는 만큼 돈을 벌기 힘들다. 최대한 아끼고 있지만 식비로만 최소 20만원 이상 들어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반면 전남대 후문에서 자취하는 C(20)씨는 “월세 35만원 포함 한 달 생활비로 약 100만원이 들어간다. 월세와 용돈 50만원을 지원 받고 있다. 쇼핑·식비 항목의 지출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