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정상연>이기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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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전일광장·정상연>이기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
정상연 전남과학대 겸임교수·문화학박사
  • 입력 : 2024. 08.20(화) 18:11
정상연 전남과학대 겸임교수
올림픽이라는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를 모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특히 하계 올림픽은 세계 각국 수천 명의 선수들과 지구촌이 하나 되는 빅 이벤트이자,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 있는 국제 행사 중 하나이다.

스포츠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마저도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하계올림픽 만큼은 모두가 한마음이고, 나라 사랑의 애국자가 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올림픽은 지구촌 전 세계인의 축제임이 틀림없다.

지난 8월 11일에 막을 내린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은 100년이라는 숫자를 비롯해 올림픽 역사상 최초라는 여러 수식어와 함께 지속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돋보이는 현장이었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실내 경기장이 아니라 사방이 탁 트인 야외 센 강에서 60만 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막식이 치러졌다. 160여 척의 보트에 올라탄 6~7천 명의 선수단은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등 파리의 역사적 명소와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장장 6km를 지나는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러한 개막식은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특별함이었고, 이를 통해서 파리라는 도시를 맘껏 자랑하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새로 지어진 경기장은 수영 경기가 펼쳐진 ‘아쿠아틱 센터’가 유일했고 샹젤리제 거리를 비롯해 그랑 팔래, 콩코드 광장, 베르사유 궁전 등 시내 곳곳을 임시 경기장으로 활용한 것은 파리의 역사와 문화를 전 세계에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본디 올림픽은 그리스의 올림포스 신전에 군림하면서 천공(天空)을 주재하는 제우스(Zeus)신에게 바치는 제전이었다. 올림픽은 여기서 따온 이름이다. 고대 올림픽은 그 자체가 신에게 바치는 제사의 성격이 훨씬 짙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존중하고자 올림픽 개회를 알리는 성화가 제우스 신전에서 채화되고, 대회 때마다 그리스 팀이 가장 먼저 입장하는 이유도 올림피아 제전 정신을 기리기 위함이다.

그러기에 올림픽에 있어 서로에게 이기고 지는 승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올림픽의 정신은 경쟁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배려가 먼저인 것이다. 국가나 선수 간의 과열된 경쟁이나 우승절대주의라는 병폐, 그리고 상황에 따른 정치적 이데올로기, 자본에 잠식되어가는 현재의 몇몇 모습들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고 인간 자존을 흔드는 전염병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나라 아프리카 차드 국적의 ‘마다예’가 양궁 남자 단식 64강전에서 1점을 쏘면서 화제가 되었다. 열악한 환경에 가슴 보호대도 없이 36세의 나이에 올림픽에 첫 출전한 ‘마다예’는 김우진에게 완패했지만 “김우진과 대결한 것은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모두가 올림픽에 나올 수 없다. 지금까지의 제 성과가 자랑스럽다”라고 인터뷰한 모습은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프랑스 남자 사브르의 간판인 ‘파트리스’가 독일의 ‘마티야스 사보’에게 밀려 올림픽 8강행이 좌절됐지만, 그는 ‘사보’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축하를 전했다. 이후 인터뷰에 “올림픽 정신은 워낙 큰 가치라서 그걸 상상해보지 않은 사람은 실제로 구현할 수도 없다”며 “그건 단순히 경기나 스포츠에 국한된 게 아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만들어내는 관계, 우정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워딩(wording)일 것이다.

우리는 4년의 결실을 얻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투혼을 불사른 많은 선수들의 땀방울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1등도 2등도 없다. 4등, 5등도 모두가 최고의 선수들이며 자랑스러운 우리의 영웅들이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의 정신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스포츠라는 순수한 열정을 향한 선수들의 도전과 헌신이 202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제34회 하계올림픽에서도 계속 이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