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세하>‘제로 웨이스트’로 가치 있는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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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배세하>‘제로 웨이스트’로 가치 있는 휴가
배세하 전남연구원 전남탄소중립지원센터 전문연구위원
  • 입력 : 2024. 07.23(화) 17:50
배세하 전문연구위원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있다.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는 일은 무척 설레는 일이지만, 여행지의 바가지 요금, 교통정체, 많은 인파 등 경험에서 비롯된 어느 정도 예상된 피곤함과 불편함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도착한 여행지의 널브러진 쓰레기, 바닥으로 흘러나온 음료, 이로 인한 악취와 벌레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예상된 불편함보다 예상하지 않았던 ‘쓰레기 산’은 더 부정적인 경험을 만든다. 휴가로 그 지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쓰레기 동네로 기억하고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게 되는 결정적 이유가 될 수 있다.

휴가철 쓰레기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s Theory)’을 여실히 보여준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곳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어 간다는 범죄심리학 이론이다. 유리창이 깨진 채로 방치된다는 것은 관리가 안된다는 신호이고, 나도 유리창에 돌을 던져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가져올 수 있다. 쓰레기장이 멀다는 이유로, 분리수거가 귀찮다는 이유로 ‘나 하나쯤이야’하고 버린 쓰레기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쓰레기 투기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결국 휴가지의 ‘쓰레기 산’을 만들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깨진 유리창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방치된 쓰레기를 없애면, 쓰레기를 불법으로 투기하는 내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들통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죄책감을 높여 불법 쓰레기 투기를 줄일 수 있다. 내 쓰레기는 내가 가져가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누군가는 지자체에 쓰레기를 왜 관리하지 않냐고 원망할수도 있다. 지자체는 매해 관리인력을 충원하고 과태료 등 쓰레기 관리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피서객의 수보다 관리인력이 적고 24시간 피서객들을 예비 범죄자처럼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피서지에 입장료를 높게 받아 관리를 하거나 그 외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들을 고안해볼 수 있지만, 이 역시 착한 피서객들의 불편함까지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뒤섞인 쓰레기에서 흐르는 물과 냄새를 가지고 이동하는 일은 누구나 감수하고 싶지 않은 불편함이다. 내 손에 묻은, 내 차에 흘린 오물이 싫다면 애초에 쓰레기를 줄이고, 피서지에서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분리배출을 잘해주면 된다. 그래서 휴가를 가기 전에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음료를 그냥 버리지 않고, 가지고 다녀도 흘리지 않게 텀블러를 이용하면 일회용품을 줄일 뿐 아니라 음료를 구매하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접을 수 있는 다회용 밀폐용기를 준비하는 것도 아주 유용하다. 현지에서 과일이나 간식을 구매하여 먹고 보관하면 음식물 쓰레기, 일회용기, 간식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은 쓰레기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하려면 여행지 선택부터 자원의 낭비가 없는 가치 있는 여정을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입문자에게는 다소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일회용품을 덜 사용하고 분리배출을 잘하는 것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잘 분리된 쓰레기는 순환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 즐거운 휴가에 뿌듯함까지 챙겨올 수 있다. 여름휴가, 일회용품과 같은 쓰레기를 사지 말고 가치 있는 경험을 살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계획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