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식사비 상향' 외식업계 호재 작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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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김영란법 식사비 상향' 외식업계 호재 작용할까
권익위, '3만→5만원' 한도 조정
2003년이후 물가상승 반영 안돼
음식점 등 매출 증대 기대 '환영'
인상폭 맞춰 음식값 인상 우려도
  • 입력 : 2024. 07.23(화) 18:21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상 식사비 한도를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에 “식사비 3만원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규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외식업계 자영업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뉴시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2일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상 식사비 한도를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확정했다. 식사비 한도 조정은 입법 사안이 아니기에 최대 40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이르면 추석 전 시행될 수 있다. 이에 “식사비 3만원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규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외식업계 자영업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23일 권익위 등에 따르면 올해로 시행 8년 차를 맞은 청탁금지법은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은 15만원), 경조사비 5만원(화환·조화 포함 시 10만원)으로 한도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물가상승률과 경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규제가 오히려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민생 활력을 저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식업계는 고공행진 하는 외식비용에 맞춰 식사비 한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 제정 당시 결정된 음식물 가액 기준인 ‘3만원’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에도 동일하게 3만원으로 결정돼 20여년간 물가 상승 등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지역 기준 식당에서 후식으로 찾아 먹는 냉면 한 그릇 가격은 9800원으로, 청탁금지법 시행 연도인 2016년 6900원과 비교하면 42.03% 상승했다. 복날 흔히 찾는 삼계탕 가격은 지난달 기준 1만6400원으로, 2016년 1만4200원보다 15.49% 비싸졌으며 10년 전과 비교하면 28.13% 증가했다.

이에 광주지역 외식업계 종사자들도 식사비 상향 조정 개정안을 반기고 있다.

광주 동구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전모(39)씨는 “식사비 인상은 자영업자들에게 분명 좋은 소식이다. 물가가 가파르게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3만원에 맞춰 음식을 준비해야 하니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공무원 등 외부 인사에게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반찬 가짓수를 줄이면 단골손님을 잃을 가능성이 있어 음식 퀄리티를 낮출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전씨는 “일반 손님들도 부담 없이 먹을만한 가격을 책정해야 하므로 식사비 한도가 5만원으로 오른다고 해서 음식값을 인상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5만원으로 식사비 한도가 오르면 손님들이 합법적으로 더 비싼 코스를 주문할 수 있게 되는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식당을 제외하면 식사비 인상은 자영업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1년째 정통일식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홍순학(65)씨는 “공무원 등 고위층이 많이 찾으면서 3만원 이상의 높은 가격대가 책정된 식당이 아닌 이상 식사비 인상이 일반 식당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며 “게다가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공무원들이 접대받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 코로나 이후로 단체 모임 자체도 많이 사라져 손님 자체가 줄어든 것이 매출 감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0여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문화가 바뀐 것은 처음이다. 고물가에 경기침체가 지속돼 사람들이 돈 자체를 쓰지 않는다. 의회 등이 근처에 자리한 시청이나 상무지구 인근은 식사비 상향 조정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박성주(29)씨는 “일반 시민들도 밥 한 끼 사 먹는 데 기본 1만원에서 많으면 2~3만원까지 들어가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5만원까지 올라가는 것은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모(61)씨는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수수 등을 막기 위해 개정된 법인 만큼 그 취지에 맞게 비용의 한계를 두는 것은 당연하다. 해당 법안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데 식사비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합법적으로 접대 비용을 더 늘리는 꼴”이라며 “아무리 물가가 올랐어도 식사 한 끼에 3만원은 적은 가격이 아니다. 식당들이 5만원 인상에 맞춰 음식값을 인상할 가능성도 있어 일반 시민들에게는 외식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