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KDI 원장이 지난 15일 광주 동구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에서 열린 제4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6강에서 한국경제 전망과 개혁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
조동철 KDI 원장이 지난 15일 광주 동구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에서 열린 제4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6강에서 한국경제 전망과 개혁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
제4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의 여섯 번째 강좌가 지난 15일 오후 광주 동구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강단에 올라 ‘한국경제 전망과 개혁과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조 원장은 국내 최대 국책연구원인 KDI 한국개발연구원의 제17대 원장으로, KDI 국제정책대학원 총장을 겸임하고 있다. 원장 부임 이전에는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했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역임했으며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및 거시금융경제부 부장직을 수행하는 등 거시경제, 국제금융론, 경제성장론 등을 연구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세계경제, 한국경제, 위험요인, 개혁과제 등 소주제를 나눠 설명하며 한국경제 전망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안했다.
강연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중요한 두 나라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 입장을 설명하면서 시작됐다.
조 원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인 인플레이션이 있다. 1970년대에는 인플레이션의 주원인이 통화정책에 있다는 인식이 약했다. 오일쇼크 등 외부요인이나 노조에 의한 임금상승이 주로 거론됐다. 당시 한국의 연평균 인플레이션은 약 20%쯤이었다. 미국도 10% 정도였다”며 “1980년대 초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20% 올리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때부터 인플레이션의 궁극적 원인이 통화정책에 있음을 인식하게 됐다. 금리 인상이 단기적 경기 침체를 수반하더라도 인플레이션 만성화를 막아 장기적으로 경제 안정에 훨씬 유익하다고 인식됐다”고 덧붙였다.
또 이후 미국 내 인플레이션 지속은 중앙은행이 처리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은 안정세를 유지하며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한 긴축정책의 비용을 축소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배경은 미국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에도 큰 문제 없이 소위 말하는 ‘연착륙’에 가깝게 안정되고 있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었던 이유다”며 “앞으로 미국 경제는 조금씩 내수가 내려갈 가능성은 존재하나 급격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올해 말이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원장은 미국에 이어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 수출 시장 등 중국 경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수출도 저조한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어렵고 앞으로도 반등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아지는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중국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이례적인 수준”이라며 “중국, 미국의 자산 총액을 살펴보면 중국에 있는 집을 다 팔면 미국에 있는 집을 두 번 살 수 있는 정도로 중국의 주택가격 총액은 미국의 2배 이상이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중국의 성장세는 양적, 질적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어 점차 둔화할 것이다. 양적으로는 중국의 경제활동 인구 절대 숫자가 한국보다 먼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점, 질적으로는 자본주의 세계와의 교역,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 있다”고 전했다.
조 원장은 올해 세계경제에 대해 성장률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물가 인플레이션은 지난해보다 훨씬 낮아지고 최고 금리는 작년을 마지막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두 번째 소주제 강의로, 경기 부진과 수출제조업의 급락, 내수부진 등 한국경제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 원장은 “우리 경제는 지난해 어려웠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가 더욱 어려웠다. 하반기로 들어오며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등락의 이유는 수출제조업 경기가 부진했다 완화됐기 때문이다”며 “분기별 삼성전자 반도체 부분이 지난해 상반기 적자를 봤다. 반도체 부분 최초 적자로 당시 세계 교역량 감소와 반도체 경기 급락이 배경에 있었다. 현재는 조금씩 회복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수경제는 낙관적이지 못하다. 소매판매액지수 및 소비자심리지수, 국내 주요 시장금리 등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 관련 지표들이 둔화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민간부채가 누적된 상황에서 발생한 고금리 기조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조 원장은 “언론 등에서 현재 경제를 25년 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위기라고 설명한다”면서 “하지만 외환이 고갈되는 사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지 않은 이상 발생하지 않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또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한해도 빠짐없이 흑자를 내고 있으며 흑자 규모는 GDP의 약 4.5%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제성숙화, 고령화, 비효율 누적 등 한국 경제 위험요인과 개혁과제를 설명했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 성장률은 앞으로 더 내려갈 일만 남았다. 예전에는 12%씩 성장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10년마다 약 2%씩 낮아지고 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2.5%인데 10년에 2% 내려가면 이론적으로 2020년대는 잠재성장률이 0.5%밖에 안 된다.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이지만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를 뒤바꾸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생산성 둔화 요인 첫 번째로 인력 감소를 꼽았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세계적으로 자본 장비율이 높은 나라지만 해당 재원을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선진기술과의 격차 축소로 인한 ‘따라잡기’의 한계로, 우리 수출 제조업들의 기술 자체가 이제는 세계 최전선에 있기에 더는 선진진술을 모방하며 자생할 수 없고 스스로 독자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조 원장은 이러한 위험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규제, 노동 등 두 가지 개혁과제를 제안했다.
그는 “우리는 규제가 지극히 많은 경제다. 특히 생산물 시장에서 기업의 진입 및 퇴출과 관련된 제도가 과도하다. 중소기업들이 과도한 중소기업 보호정책으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보다 보호정책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과도한 보호 정책 및 규제를 없애자고 말했다.
노동개혁으로는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 유연화, 고용 유연화를 통해 출산율 증가, 은퇴연령 연장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 경감, 청년층 재기 기회 확대 등을 제안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