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이지만 성탄절·연말 기분은 즐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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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탄핵 정국이지만 성탄절·연말 기분은 즐겨야죠”
백화점·마트 소비자 발길 이어져
시민들, 일상·소비심리 회복 노력
인기 케이크 판매 매장선 대기줄도
"가족·연인과 특별한 기념일 준비"
  • 입력 : 2024. 12.23(월) 18:30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 및 탄핵 심판 등으로 정국이 어지러운 가운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지역 소비자들 사이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특별한 먹거리와 마음을 전달할 선물을 구매하려는 마음이 맞물리면서 크리스마스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사진은 광주의 한 백화점에서 소비자들이 케이크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족들과 나눠 먹을 케이크와 와인을 구매하러 왔습니다. 혼란한 정국이지만 성탄절과 연말·연시가 바짝 다가오니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일상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직무 정지 및 탄핵 심판 등으로 정국이 어지러운 가운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지역 소비자들 사이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특별한 먹거리와 마음을 전달할 선물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유통가에도 온기가 번지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둔 23일 찾은 광주의 한 백화점. 평일 오전임에도 백화점 곳곳은 성탄절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 시즌 특히 인기가 높은 딸기 케이크 등 다양한 디저트 및 주류를 판매하는 식품관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상품을 고르기 위해 신중하게 메뉴를 살펴보는 소비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미 양손 가득 먹거리를 들고도 또 다른 상품이 진열돼 있는 매대 앞에서 다시 멈춰서는 등 지역민들은 크리스마스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연말 대목 소비자들을 기다리는 매장들 역시 미니 트리, 스노우볼, 산타 모자 등 장식을 달고 크리스마스 전용 포장 용품 등을 뽐내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웨이팅 대란템’으로 유명한 케이크를 판매하는 매장 옆으로는 대기시간만 약 30분에 달하는 긴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날 케이크를 두 종류 구매했다는 최모(27)씨는 “크리스마스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먹을 딸기 케이크를 하나 구매했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기 상품이라는 케이크를 새로 발견해 충동적으로 추가 구매했다. 대기시간이 조금 길었지만 기분 좋게 기다릴 수 있었다”며 “경기침체로 인해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정국까지 혼란해지면서 연말특수가 많이 사라졌지만, 일상은 또다시 시작돼야 하므로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이라도 소비심리를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의 한 대형마트 먹거리·주류 코너에도 홈파티 및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박모(64)씨는 “아내와 둘이 단출하게 성탄절을 보낼 예정이다. 평소 자주 먹지 않는 스테이크용 소고기를 구매하고, 보통 때에 자주 마시는 술보다 가격대가 있는 전통주도 골랐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분위기를 내겠나”며 웃음 지었다.

선물용 주류를 구매하러 왔다는 안모(51)씨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이해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작은 선물을 구매하러 왔다”며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 주류 코너에 왔는데 구매 예정이었던 상품이 품절이라고 해서 오늘 하루 쭉 둘러보면서 선물을 구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의 한 대형마트 장난감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고르고 있는 모습.
장난감·완구 매장에는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고르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해맑게 웃으며 매장을 누비던 한 아이가 ‘아기상어다!’, ‘다 예뻐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외치자 ‘이때가 제일 기분 좋지?’라고 답하는 아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와 아빠가 한 아이씩 손을 잡고 두 아이의 장난감을 골라주는 모습도 보였다. 아이가 높은 곳에 있는 장난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장난감을 가까이 보여주기 위해 아이를 안아 올리거나, 가리킨 상품을 집어 아이의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유치원생 아이들을 둔 엄마들 사이에서는 ‘우리 애는 이런 걸 안 좋아하더라’ 등의 대화가 오갔다. 품 안에 한가득 장난감과 선물 포장지를 안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매장을 나서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양손에 장난감을 들고 한참을 고민하던 이모(34)씨 부부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한 음식과 케이크도 미리 구매해 뒀다”며 “마지막으로 아이들 선물을 고르기 위해 왔는데, 딸에게는 캐릭터 상품을 선물할 예정이지만 초등학생 아들 선물은 쉽지 않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더니 장난감보다는 기프티콘 등을 선물로 받기를 원하는 것 같다. 아이에게는 ‘산타할아버지는 기프티콘을 선물로 주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며 웃어 보였다.

아이들과 아이들의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두 함께 장난감 매장을 찾은 가족들 사이에도 온기가 번지고 있었다.

9개월 아이의 엄마인 김모(36)씨는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이기가 힘들어서 오늘 동생네 아이들,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했다. 아이들이 각각 9개월·17개월 연년생이라 동생네 가족과 서로 아이들 선물을 준비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며 “아이들이 원하는 장난감이 있는지 구경할 겸 완구 매장에도 들렀다. 가족끼리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날들이 많지 않으니 이런 날은 특별하게 보내려고 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