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지발위 시리즈>광주 e스포츠... 장애인 친화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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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지발위 시리즈>광주 e스포츠... 장애인 친화 갈 길 멀다
●광주를 장애인 e스포츠 메카로 (2) 광주 e스포츠 시설 점검
e스포츠경기장, 점자 등 편의 미비
교육원 등 기타 시설도 마찬가지
“장애·비장애 혼합 환경 꾸려져야”
시 "사용 불편함 없도록 개선 노력"
  • 입력 : 2023. 08.01(화) 18:45
  • 송민섭·정성현 기자
제1회 전국 장애인 e스포츠 한마당에 참가한 장애인들이 지난해 12월 조선대 광주이스포츠경기장에서 닌텐도WII 볼링 경기를 펼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지난해 12월 ‘제1회 전국 장애인 e스포츠 한마당’을 시작으로 장애인 e스포츠 사업에 뛰어들었던 광주가 오는 11월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등과 손을 잡고 다시 한번 장애인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한다.

전국 단위·대규모로 진행될 이번 행사는 ‘장애인e스포츠 선도도시’로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평을 받지만, 일각에서는 ‘광주는 아직 장애인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기에는 개선점이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시, 장애인 e스포츠 활동 적극

광주시는 지난 5월 31일 조선대학교 광주e스포츠경기장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대한장애인체육회·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장애인 e스포츠 대회 개최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오는 11월 ‘제1회 전국 장애인 e스포츠 대회(가칭)’를 개최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코카가 장애인e스포츠를 여는 것은 이번이 최초로, e스포츠경기장이 있는 대전·부산과 경합 과정에서 시설 규모 등이 가장 큰 광주가 최종으로 낙점됐다.

협약 주요 내용은 각 참여 기관별로 △대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시내 홍보 및 협력처 확보·편의시설과 행정활동 지원(광주시) △대회 장소·기자재 및 공간 활용·인근 학교와의 협력 지원(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대회 및 부대행사 진행·선수단·주요인사·등급분류사 관리(대한장애인체육회) △성공적 대회 개최를 위한 예산 지원·행사기획 및 협력처 소통 지원(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이다.

광주는 지난해 12월 ‘전국 장애인 e스포츠 한마당’을 개최하고 올해 4월에는 전국 최초 장애인 e스포츠 프로게임단 ‘무등선수단’이 창단돼 5월에 열린 장애인 학생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

또 2019년 제정된 광주시 e스포츠진흥조례에 ‘장애인 e스포츠 지원’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는 개정안이 현재 시의회 심의중에 있는 등 장애인 e스포츠 관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광진 문화경제부시장은 업무협약식에서 “지난 4월 지역 e스포츠 연고팀 탄생에 이어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주최하는 e스포츠대회를 유치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국내 최대 규모 e스포츠경기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e스포츠를 통해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장애인 e스포츠는 무궁한 발전이 가능한 콘텐츠다. 장애인e스포츠연맹이 대한장애인체육회 소속 기관으로 있는 만큼, 아낌없는 관심과 투자를 이어가겠다”며 “이번 전국 대회 개최를 통해 광주가 ‘지역 장애인e스포츠의 메카’로 발돋움하길 바란다. 첫 대회를 잘 치러 이후에는 전국·세계대회까지도 유치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광주e스포츠경기장 내 PC공간인 스페이스G 내부 공간 모습. 책상 높낮이 조절이 불가능하고 좌석과 좌석 사이가 협소해 장애인들이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지난달 31일 광주e스포츠경기장 내 주경기장 관람석 모습. 의자가 고정돼있고 좌석과 좌석 사이가 협소해 장애인들이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 “시설 지원 강화 절실”

광주시가 장애인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심상치 않다.

e스포츠 대회가 진행되는 곳에 장애인 시설 등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을뿐더러, e스포츠 교육·체험을 진행하는 산하 기관에서도 ‘비장애인 중심’으로 시설이 꾸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장애인e스포츠한마당에 참여한 한 대회 참가자는 “e스포츠에 재능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광주나 학교에서 장애인 e스포츠 행사나 교육·상담을 받을 곳이 없었다. 그러다 연말에 장애인e스포츠한마당이라는 행사가 열려 기쁜 마음으로 참가했다”며 “실전 경험도 쌓고 진로를 탐색하게 된 좋은 시간이었지만, 참여하는 내내 불편함을 느꼈다. 경기장에 오는 동안에 마땅한 길 안내가 없어 정말 헤맸다. 언덕과 계단도 너무 많았다. 여기에 경기장 내에서도 점자가 끊기거나 좌석이 고정되는 등 장애인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까지 e스포츠 경기장에서 연습을 진행했던 장애인 선수단 ‘무등’ 관계자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혜영 무등 선수단 부모대표는 “한동안 광주e스포츠경기장 내 PC공간인 스페이스G에서 선수들의 연습을 진행했다. 광주시에서 공간 대여를 해준 것에 무척 감사하지만, 사용하는 내내 ‘이곳은 장애인들이 친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책상과 책상 사이가 붙어있는 데다,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이동·높낮이 조절도 안 됐다. 장애인들은 혼자서 교육·생활하기 어려워 보조인이 필요한데, 이런 경우 활동에 많은 제약이 생겼다. 여기에 장애인들의 주 종목인 닌텐도 등은 따로 공간이 없어 아예 연습조차 못했다. 장애인들을 위한 e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준비 과정 등에서 이곳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불편 요소가 최소화되도록 많은 노력이 선행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무등 선수단은 지난 5월까지 스페이스G에서 훈련을 진행하다 대회 준비 등에 여러 한계가 있다고 판단, 6월부터는 광주 서구에 위치한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매주 2회씩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e스포츠교육원은 지난 2021년 호남대가 광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인 곳으로 △프로e스포츠선수 유망주 발굴 및 육성 △e스포츠 직군 전문가 인재 양성 △청소년 게임교실 등 교육·체험 사업을 하고 있다.

박형관 광주장애인e스포츠연맹 전 사무국장은 “e스포츠교육원은 아무래도 교육 전문기관으로 설립됐다 보니, 기존보다 연습 공간 등에서 이점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시설들이 비장애인들의 기준으로 맞춰져 있어 한계점 역시 존재한다”며 “광주에서 장애인e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가져줘 몹시 감사하다. 그러나 연말에 대규모 대회 한번 열고 끝낼 일이 아니지 않나. (e스포츠가) 장애인 생활체육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이를 활용·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시에서 ‘꿀잼도시 핵심상품’으로 e스포츠를 선정한 만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될 수 있도록 지원 등을 아낌없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연철 광주e스포츠교육원장은 “교육원은 광주시민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배움에 있어 장애·비장애가 구분되면 안 된다. ‘무등’ 선수단이 연습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며 “아쉽게도 처음 교육원을 열 당시 장애인을 고려하지 못했다. 장애인 e스포츠 교육·연습을 위한 공간 분리 등 이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유민수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팀장은 “광주e스포츠경기장은 다른 지역의 경기장보다 장애인 친화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11월에 열릴 장애인e스포츠 대회 장소로 선정된 것도 이 까닭이 크다”고 밝혀 상반된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유 팀장은 “스페이스G 및 점자 등 문제로 제기된 이동·시설 건과 관련해서는 다시 한번 점검해 나가겠다. 아울러 대회 진행에 앞서 리프트·휠체어 오르막길 설치 등 장애인들의 시설 이용 편의를 위해 관련 업체와 논의를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광주e스포츠교육원에서 진행된 ‘리그오브레전드 합동 교육’에 수강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송민섭·정성현 기자
송민섭·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