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직후 도로를 건너던 50대 남성이 차에 치여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경찰이 '음주운전자에 대한 후속 조치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14일 광주 북부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오후 11시9분께 승용차를 몰던 A(54)씨가 광주 서구 광천동 광천2교 주변 도로에서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A씨는 갓길에 주차 중인 경찰 버스로 이동, 같은 날 오후 11시22분께 교통 경찰관의 음주 측정에 따랐다.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60%(운전면허 취소수치)로 측정됐다. A씨는 오후 11시40~45분 사이 음주 정황 진술서에 서명했다.
A씨는 경찰관의 대리운전 권유에 "집이 가깝다. 알아서 귀가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버스에서 내린 A씨는 반대편(동운고가~광천터미널 방면) 편도 5차선 도로를 건넜다.
A씨는 오후 11시47분께 동운고가에서 내려오던 B(67)씨의 승합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 날 오후 숨졌다.
A씨가 버스 하차 2분 만에 음주단속을 했던 장소에서 사고를 당한 것을 두고 가족은 "경찰관이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음주단속 장비를 치운 뒤 뒷정리를 하고 있던 경찰이 술에 취한 A씨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것이다.
A씨 가족은 "만취한 A씨를 인도로 안내했거나 주변만 제대로 살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며 "교통과 보행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경찰관들이 직무를 유기했다. 음주 운전자에 대한 안전 대책이 전혀 없었고, 무관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음주운전과 무단횡단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경찰관이 버스와 순찰차 사이 도로에 내렸던 A씨를 방치해 2분 만에 사고를 당한 것"이라며 "경찰은 자정까지 해야 하는 음주단속도 20분 전에 마쳤고, 최소한 가족에게 연락도 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찰관이 도로에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보행자나 차량의 통행을 금지ㆍ제한 또는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음주단속 지침상 대리운전ㆍ택시탑승 귀가를 권유할 수 있지만 강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북부경찰 관계자는 "위험 방지를 위해 A씨가 다시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한 뒤 대리운전을 2차례 권유했다"며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지침상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사고를 당했을 당시에는 음주단속을 마치고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고가 난 사실을 뒤늦게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김정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