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난 뒤, 오랜만에 따듯한 봄볕에 몸을 덥혔다. 오그라들었던 손발이 봄볕에 펴졌다. 쭈우욱 기지개를 켜본다. 핏줄을 타고 봄이 따라 기지개를 켠다.
손끝과 발끝까지 봄날이 넘친다. 이 기운을 빌려 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탄핵정국을 뻥뻥 뚫어서 제대로 가닥을 쳐봤으면 싶다. 답답한 나라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았으면 좋겠다.
그런 나라에서 새봄을 맞고 싶다. 우수 지나면 들판에 따순 햇살에 모람모람 아지랑이 오르겠다. 그 무렵엔 나라의 걱정도 말끔히 정리되겠지. 그 날이 오면 아내와 함께 연한 솜털에 햇쑥과 달래와 냉이를 캐러 들에 나가봐야겠다. 비정상의 나날들을 견디며, 평범한 소소한 일상의 삶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겼다.
태어나고, 죽고, 숨쉬고, 맘껏 꿈꿀 수 있고, 당당하게 일하고, 먹고, 마시고, 편안하게 잠들고, 눈치 보지 않고 일생을 누리다 가는 모든 것이 보장되고 지켜질 수 있는 나라가 얼른 회복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자기존재감을 깨닫는 것도 필요하겠다.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가 살아가는데 우리 스스로 발등을 찍는 우를 되풀이하지 말기를 다짐해 본다.
우리의 소소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 우리는 다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조금 더 멀리 보고, 조금 더 미래세대들이 살만한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같이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다른 사람보다 더 편하게, 더 누리기 위해 충분히 배려할 수 있는 것을 배려하지 못 했나 곰곰이 새겨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우리들이 스스로 챙겨서 목소리를 내고 주인으로 제 몫을 못해서 나라가 바로서지 못했다. 이번이 이를 깨달을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지속가능한 나라, 지속가능한 지역이 이런 소소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나라를 이끌어 갈 사람들도 이런 소소한 고민들을 스스로 먼저 해보고 나왔으면 좋겠다. 소소한 고민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풀뿌리 민초들의 민의임을 기억하면 좋겠다.
광주에서도 대선공약에 대한 고민들이 개진되고 지역의 의제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하는 생각들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도 광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5차의제를 시작한다.
1997년 최초로 의제가 작성된 후 매 5년 단위로 의제를 실천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다음 의제를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사회의 의견과 논의가 의제 속에 포함되어 운영되는 효과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이번 5차 의제는 마을 공동체와 시민들 속에서 더불어 싸묵싸묵 걸어가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의제의 이름도 다정하다.'맑은 물이 흐르는 물순환 도시', '앞산뒷산이 함께하는 도시숲','바람길이 통하는 시원한 도시', '유해화학물질에서 안전한 도시','생활 속의 자원순환','지속가능한 녹색경제', '에너지 전환도시','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도시농업', '시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경제', '더불어 자립하는 복지공동체', '더불어 나누는 광주공동체', '다양성을 존중하는 평등공동체', '환경과 사람을 살리는 녹색건강', '보행자를 배려하는 인간중심 교통환경', '이웃과 함께하는 마을 공동체', '공동체 기반의 사람중심 주거환경','시민의 역량을 강화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이 환경과 경제, 사회, 도시재생과 지속가능발전교육 분야를 아우르면서 시민이 체감할 수 있고 더불어 함께 풀어가는 의제로 구축되었다.
시민 한사람이 뛰어서 가면 쉬울 수도 있을 것인데 굳이 여러 시민들과 함께 하자고 하고, 거기에다 더 힘들 수도 있는 거버넌스를 이루면서 하자는 5차 의제의 방향 제시는 지속가능한 광주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꼭 넘어야 될 고개마루가 될 것이다.
깨어있어 앞서서 간 전문가들과 큰 흐름을 놓치지 않는 당당한 시민들과, 거기에 힘을 보태고 나선 감동스런 행정과, 부름에 기꺼이 응답하고 나선 기업들이 거버넌스를 이뤄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게 될 때 비로소 광주는 지속가능한 도시공동체로 큰 걸음을 하게 될 것이다.
짠한 이웃들을 배려하는 공동체, 삶터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스스로 마을의 주인이 되어 터에 무늬를 그려나갈 때 앞으로 이 터에 올 미래세대들도 안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되리라.
석과불식(碩果不食) 까치밥이 있는 정감이 살아있는 마을을 광주의 5차 의제는 꿈꾸고 꿈꾼다.
김경일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