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자가 무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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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정치풍자가 무서운 세상
김성수 정치부장
  • 입력 : 2022. 10.05(수) 16:41
  •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김성수 정치부장
"나에겐 딱 하나, 그것만이 남아 있는데 바로 '광대'이다. 덕분에 어느 정치인보다 더 높은 비행기를 타게 됐다."

지팡이를 든 콧수염 신사, 시대를 풍미한 익살꾼 '찰리 채플린'이 한 말이다.

풍자(諷刺·Satire)는 어떤 것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보다 에둘러서 유머와 함께 비판하는 것으로, 예로부터 이어져온 표현방식이다. 이 분야에서 대표적인 예술가가 바로 찰리 채플린이다.

찰리 채플린이 남긴 필모그래프 가운데 영화 '위대한 독재자'는 개그외에 정치풍자를 잘 녹아낸 작품으로 손꼽힌다.

영화에서 찰리 채플린은 조그마한 콧수염에 쌍십자당의 문양까지, 과거 독일의 히틀러와 나치당을 고스란히 패러디하고 있다.

75년 전에 찰리 채플린은 대담하게 권력을 향한 날선 비판과 신랄한 풍자를 스크린으로 옮긴 셈이다.

대한민국의 권력을 향한 풍자는 언제쯤 이뤄졌을까. 과거 독재정권 시기에는 공공연하게 대통령을 소재로 한 농담을 하면 바로 불경죄 등으로 걸려 어딘가(?)로 끌려가게 마련이었다.

아마 대통령을 소재로 한 풍자가 등장한 시기는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이후로 알려지고 있다. 'YS는 못말려'의 저자 장덕균 작가는 "우리도 드디어 공식적으로 대통령을 소재로 농담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출간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김 대통령은 당선 당시 대국민 중점 홍보 메시지로 삼은 말이 '이제는 대통령을 놀리거나 욕해도 됩니다'였다.

최근 '윤석열차'가 이슈다. 한 고등학생이 윤석열 정권을 풍자한 그림을 그려 온라인 상의 화제가 되면서다.

해당 작품은 지난 3일 폐막한 제 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수상작에 올라 전시됐던 것인데 고등부 금상을 받았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온라인상에서 해당 그림이 화제가 되자 주최 측에 엄중 경고했고, 이를 두고 정치권은 표현의 자유를 놓고 설전을 펼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치 풍자 코미디를 해도 되겠냐고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건 당연한 권리"라고 답한 바 있다.

고작 미성년 고등학생이 그린 풍자화에 호들갑을 떠는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이 무섭게도 아른거린다.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