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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안영> 공공의료 <1> 기술직 임기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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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안영> 공공의료 <1> 기술직 임기제 공무원

조안영 국립소록도병원 외과장·의학박사·문학박사

게재 2022-08-18 13:08:56
조안영 외과장
조안영 외과장

'공공의료 vs 민간의료'

이런 분류를 반대한다. 용어의 범람, 즉 표기의 범람은 의미를 모호하게 해 선동으로 이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의미 파악을 위해 범람하는 표기에 접근하려 한다.

사회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돈의 흐름을 쫓는 일이다.

'돈 앞에 인간처럼 나약한 것은 없으니까요!'라는 드라마 속 대사처럼 사람 대 사람, 집단 대 집단의 이해관계 중 돈은 가장 강력한 요소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이런 방식으로 이 둘을 비교한다면 민간의료와 공공의료의 차이는 명백해진다.

민간병원에서 돈은 고객인 환자로부터 나온다. 수익을 많이 내는 진료과가 병원의 핵심이며 이를 지원하는 진료, 원무 지원부서가 이들을 보좌하는 시스템이다.

반면 공공의료는 정부 예산을 사용하며 군 병역을 대신하는 공중보건의사를 의료인력으로 이용한다. 공중보건의사는 정부로서는 가성비 좋은 인력이다. 의료 지원보다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인식이 자리 잡은 것도 이 제도의 영향이다. 이런 인식은 공공의료 시스템 전반에 녹아 있다.

공공의료기관의 기획운영과 또는 서무과가 정부예산의 사용을 결정하기에 이를 통해 진료과뿐 아니라 병원 전체를 통제할 힘을 갖고 있다. 역학적인 관점에서 진료과 수요를 평가하고 설비와 장비, 또는 진료과 운영에 필요한 인력까지도 기획운영과가 관리하게 됨으로써 진료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말단의 공공의료기관에 작동한다.

진료 지원과 관리는 개념의 차이가 아니고 역학의 차이다.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구조적 특징이며 이들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 둘 사이, 공공의료에 민간의료의 개념이 조금 들어간 기관(의료원과 병원)이 있는데 책임운영기관으로 운영되는 공공의료원이다. 공공의료기관의 상당수는 책임운영기관이다. 공공의료가 정부예산을 소모하는 기관이기에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민간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해 이를 만회하는 개념으로 발전된 병원 형태다.

태생적으로 이런 배경의 공공의료기관은 흑자를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매년 감사에서 지적되는 내용이 지방 또는 공공 의료원의 만성적자이며 코로나가 발발 전에는 이를 이유로 폐쇄·축소를 주장하기도 했다. 3~4년 지난 지금은 지방 공공의료기관의 인력이 부족함을 이유로 공공의대를 신설하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책임운영기관인 공공의료기관의 장은 임기제로 운영되며 재임용의 여부에 흑자나 적자 규모 등은 중요한 요소다. 기관의 책임자뿐 아니라, 보건분야 공무원 의사는 주로 임기제로 고용된다. 이들이 공중보건의사와 더불어 공공의료의 핵심 인력이다.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는 정규직 공무원에 의해 고용된 임기제 직원이다. 재임용 여부는 정규직 공무원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이유로 임기제 기술직 공무원인 의료인의 지시는 정규직 공무원들에게 무력하며 행정직 공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호소)하며 그들의 결재를 기다려야 하는 업무구조가 된다. 공중보건의사 또한 임기제의 다른 버전일 뿐이다.

따라서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는 사실 없다.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것은, 의료를 관리한다는 관료적 인식을 갖고 있는 행정직 공무원이며 계약직과 병역보충역 의사를 관리해 그들에게 하청을 주는 것이라고 보는 게 옳다.

최근 감염병으로 업무가 늘어남을 이유로 공공의대라는 인력공급처를 만들려는 것이 공공의대의 본질이다. 하지만 3~4년 전까지만 해도 지방의료원을 폐쇄하고 통폐합하자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공공의대를 당장 만든다고 해도(학교부지 정하고 건물 짓고 교수 인력 충원 기간 제외하더라도) 의사면허를 받기 위한 교육에만 6년이 걸리는 일이다.

다른 정치적인 요소를 제거한다면 경력직 공무원을 뽑아 바로 현장에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민간인력 시장의 경우 계약직, 저임금을 조건으로 걸어 지원자가 없다면 구인난에 처한 회사는 당연히 이 조건을 바꿀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만 전환해도 부족한 공공의료 인력은 충원할 수 있다. 신분 보장이란 공무원의 권리는 행정직만이 아닌 기술직 공무원에게 부여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

지자체를 포함해 국가에 필요한 의무직 공무원 수요를 파악해 인사혁신처에서 통합적으로 의무직 경력경쟁채용을 실시하고 일련의 공무원화 과정을 거쳐 지자체나 질병청 등 부서에 배치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이다. 이를 지원하는 의사들은 평균적인 공무원 지원자보다 나이가 많겠지만 임상의사의 경력을 갖고 있을 것이므로 정년의 60세가 아닌 사립대학 수준의 65세 정도까지 늘려도 좋다.

정부가 타성에 젖어 공중보건의사라는 특수한 제도를 이용하는 관료적 인식에 머물러 있다면 보건정책의 연속성은 사라질 것이며 정치적으로 즉흥적인 정책만 남발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