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지역소멸 극복 '국가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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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인구소멸·지역소멸 극복 '국가적 과제'
  • 입력 : 2022. 07.28(목) 15:09
  • 박간재 기자
박간재 전남취재부장·부국장
인구소멸, 지역소멸. 최근 들어 '세상을 지배하는 단어'가 됐다. 조만간 수도권 소멸에 이어 지구소멸이라는 말도 머지 않은 듯하다.

인구감소는 출산율 저하와 자연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인구가 줄다보니 전국 각지가 소멸위기로 내몰리는 양상이다. 수도권 쏠림현상도 원인 중 하나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 당시 '둘만 낳아 잘기르자'는 구호가 인구감소를 불러 왔고 더 멀리는 '아이를 낳으면 한양으로 보내고, 말이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에서도 지역소멸을 부추겼다고 한다면 억지일까.

70년대 농촌에서 서울로 올라간데는 '빈곤'과 '결핍'에서 오는 불이익과 불공정에서 비롯됐다. 물질적, 정신적 요소들이 서울보다 부족했기에 보따리 싸들고 상경하지 않았던가.

인구·지역소멸을 막는 묘책은 없을까. 정부기관이나 지자체가 내놓는 '뻔한(?) 통계'가 아닌 광주·전남에서 거주하는 시도민들로부터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가감없이 날 것 그대로 옮겨본다.

"농사 짓고 싶어하는 광주 도시민과 전남지역 마을을 연계해 줘 그들과 함께 농사 짓도록 하면 어떨까요. 농민들로부터 농사기법을 배우게 된 뒤 자연스럽게 농촌에 연착륙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얼마전 한 간담회에서 귀농귀촌 관계자가 들려준 얘기다.

직업군인으로 퇴직한 한 시민의 얘기도 솔깃했다.

"최근 광주 군공항 이전과 관련, 논란이 많은 데 아마 무안 이전은 절대 안될겁니다. 차라리 저는 고흥으로 옮겼으면 어떨까 싶어요. 고흥은 우주항공시대에 걸맞는 지역이잖아요. 나로도 인근 섬을 메워 활주로를 만든다면 아마도 무안 이전보다 훨씬 수월할 것으로 봅니다. 고흥이 지역소멸 0순위라고 하는데 공항이전으로 다양한 관련기업이 이전해 올 것이며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늘어날 겁니다. 수많은 청장년층을 불러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구요. 또 광주시장 고향도 고흥 아니던가요."

퇴직한 한 장년층은 청년만 부르짖을 게 아니라 장년층을 활용하는 방안도 조언했다.

"전국 지자체가 '청년이 오는 지역' 등 '청년유치' 만을 외치고 있는데 그들에게 묻고 싶어요. 그럼에도 왜 청년들이 돌아오지 않는지를.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결핍한 곳에 누가 가겠나. 퇴직자들을 100만~150만원의 임금을 주면서 파트타임의 자리를 마련해 준다면 인구소멸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특히 광주는 그렇게 해야 합니다."



2000년대 초반 귀농귀촌 바람이 불었지만 이 역시 인구 늘리는 데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한창 귀농귀촌 열풍이 불 당시 한 지자체 취재를 간 적 있다. 그 관계자가 해 준 말에 깜짝 놀랐다. "1명의 귀농·귀촌자를 위해 전기, 가스, 수도, 도로확장까지 예산을 들여 지원해주고 있는데 그에 비해 1명만 주소를 옮기고 있는게 현실이다. 군에서 그다지 귀농귀촌을 환영하지 않는 이유다"고 했다.

투입예산에 비해 인구 늘리는 데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도 일찌기 인구소멸, 인구절벽을 막는 묘책을 내놨다.

일본 오이타현 나카츠에무라촌은 1명밖에 남지 않은 마을을 살리기에 나섰다. 이름하여 '정주여건' 개선이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임종을 준비하는 마을'을 대상으로 "품위있게 사라지게 하자"는 '소프트랜딩 운동'을 벌였다. 주변 여건이 열악하지 않는데도 인구가 10분의 1로 줄자 결국 인구를 유치하는 작업을 포기했다. 인구쟁탈 소모전을 벌이느니 차라리 안심하고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춰주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늘었다.

일본은 지역과 유대를 맺는 '관계 인구'라는 개념도 도입했다. '관계인구'란 정착해 살고 있는 '정주인구'가 아니라 단기체류나 자원봉사 활동, 정기 방문 등 지역과 다양한 형태로 교류관계를 맺어가는 인구를 말한다. 지난 2016년 일본 타카하시 히로유카가 그의 저서 '도시와 지방을 섞다. '타베루통신'의 기적' 에서 처음 발표한 용어다.

유럽 각국의 아이디어도 눈여겨 볼만 하다. 독일은 '복수주소제'와 제2거주지세를 도입했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농촌지역을 농촌활성화 지역과 상업활성화 지역으로 나눠 중앙정부 차원의 각종 세제지원, 재산세, 사회보장기금 감면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민선8기 들어서자 전남 각 지자체도 인구소멸, 지역소멸을 막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19일 전남일보 창사 34주년 인터뷰에서 지역소멸 극복 방안으로 "혁신도시 에너지공대 유치를 계기로 에너지 메카 건설,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해상풍력, 우주항공 분야 등 자산을 활용해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산업을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역소멸대응기금을 확대해 인구소멸에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신우철 완도군수도 인터뷰에서 해양치유산업을 미래 핵심산업으로 정해 의료, 관광, 바이오산업과 연계한 관광객 100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난대수목원을 조성해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포부다.

공영민 고흥군수 역시 인구소멸에 직면한 고흥군을 △우주산업 육성 △친환경 농수축산업 강화 △지방소멸대응기금 운용 등을 통해 인구유출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일할 자리가 많아지면 수도권이든 지역이든 청장년층들이 찾아오게 돼 있다. 지역소멸을 방치하면 수도권도 무너진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닌, 정말 지역에서 눌러 살 수있도록 하는 치밀한 인구정책을 수립해 보기 바란다.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