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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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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

게재 2022-06-15 17:28:03

'가스라이팅(gaslighting)'. 심리적 조작을 통해 타인이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스등 효과라고도 불린다. '패트릭 해밀턴'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1944년 미국의 영화 '가스등'에서 유래한 말이다.

영화는 아내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남편이 온갖 속임수와 거짓말로 멀쩡한 아내를 정신병자로 만드는 과정을 그렸다. 남편은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희미하게 해놓고 아내가 어둡다고 할 때마다 '당신이 잘못 본 것'이라거나 '왜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고 계속 핀잔을 줬다. 주변 환경과 소리까지 교묘히 조작해서 현실감을 잃도록 해 갈수록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자책하며 가해자에게 의지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은 어떤 짓(상속재산 몰수)을 저질러도 아내는 남편을 의심하지 않는다. 결국에는 한 경찰의 등장으로 남편의 행각은 범죄로 마무리된다. 미국 정신분석 심리치료사인 '로빈 스턴'은 영화 가스등의 제목을 인용해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가스라이팅은 정신적 학대의 일종이다. 학교나 직장 등 우리의 일상생활 공간에서 주로 발생한다. 정치계에서도 가스라이팅은 발생한다. 상황 조작을 통해 상대방의 자아를 흔들어 자신의 영향을 증폭시키거나 상대방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식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와 6·1지방선거 과정에서도 '가스라이팅'이란 용어가 종종 등장했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에서 주로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비판과 함께 등장했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도록 가스라이팅 당했다'거나 광주 복합쇼핑몰 논란에 '민주당이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내세워 광주시민을 가스라이팅 한다'는 식의 비판이었다. '선거철만 들어서면 민주당은 책임론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심지어 호남에서 실질적인 힘도 없는 국민의힘을 탓하며 전남도민을 가스라이팅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광주와 전남을 비롯한 호남이 '민주당에 놀아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비유,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민주당 일색'인 지역 현실에서 비롯되는 여러 잡음, 부작용 등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쓴웃음 짓게 만든다. '왜 광주가, 전남이, 호남이 민주당에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소리를 들어야 할까', 그럼에도 답답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