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어쩌라는 걸까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데스크칼럼
뭘 어쩌라는 걸까
노병하 사회부장
  • 입력 : 2022. 01.04(화) 15:28
  • 노병하 기자
노병하 사회부장
코로나19의 침공이 시작된 지 2년이 넘어간다.

2020년 1월부터 전세계로 퍼져 나간 코로나19는 2022년인 지금도 사라지기는 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는 새해 초 부터 백신을 3차까지 맞아야 확진자가 감소한다면서 방역패스 제도를 확대했다. 쉽게 말하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운신의 폭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4일 아침, 습관처럼 서울지역 미디어(그들은 전국 미디어라고 부른다) 뉴스를 보니 방역패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는 내용이 강세다.

소위 대한민국 메이저 언론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기사를 보면 기저질환이 있어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이나 백신 2차까지 맞고 난 뒤 불편함을 느낀 시민들의 말을 선별해서 기사를 작성해 놓았다. 뉘앙스만 보면 마치 현 정부가 사회국가처럼 강제로 백신을 맞게 하고, 이를 책임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20년 1월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전세계는 순식간에 패닉에 빠졌다.

그때 언론은 '정부는 이것도 파악하지 못했느냐'고 성토했다. 뒤이어 마스크 사재기와 품절, 그리고 매점매석의 행태가 벌어지자 이번엔 '마스크 확보 안돼', '천이라도 뒤집어써야 하나' 등등으로 준비 부족을 매질했다. 마스크가 확보되고, 국민들에게 배분이 되도록 시스템이 고착되자(심지어 재외한국인까지) 이번엔 '백신을 왜 못 들여 오나'로 연일 지면이 들썩 거렸다. 백신이 개발됐는데 확보는 했느냐, 얼마나 했느냐, 미국과 유럽에 팔고 남은 것이 우리에게 오는 것 아니냐 등등 눈으로 보는데도 귀가 아프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심지어 이때는 백신이 아직 상용화 되지도 않을 때였다.

백신이 나오고는 어땠는가. A 제품을 대량 확보했더니, 그 제품이 가장 안 좋다, 위험하다고 때리고 뒤이어 B, C 제품을 구입했더니 기존 구입 제품은 어쩔거냐고 두들겼다.

이쯤 되면 도대체 뭐 하자는 건가 싶지만, 나름대로 국민의 공익을 위한 쓴 소리라고 여기면서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해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왜 빨리 안하냐', '백신 느린 걸음 접종', '전국민 맞을 때까지 XX 소요' 등등 재촉하는 기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왔다. 마치 백신만 맞으면 코로나19가 사라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때에 또 등장한 기사들이 '소상공인 다 죽는다', '폐업밖에 답이 없네요' 등 코로나19로 깊은 상처를 입은 자영업자들을 정면에 내세운 것들이었다. 시간제한을 풀라는 것이다. 마치 전후맥락없이 뉴스만 보면 누군가 이들을 일부로 망하게 하려고 영업시간을 제한 한 것 같은 어투였다.

어찌어찌해서 2차 접종이 70%를 넘겼다. 그때부터 언론은 다시 들썩 거린다. 위드코로나를 내세웠고, 영업 제한 폐지를 기정사실화 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위드코로나를 선언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영업자 오랜만의 미소' 같은 기사가 쏟아졌다.

허나 불과 한달만에 확진자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의 판단이 틀린 것이 확실했다. 정부는 부랴 부랴 원인 파악에 들어갔고, 미접종자 군을 통한 감염을 확인했다. 이때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만든 것이 방역패스다. 그러자 언론은 "이런 강제도 없다"고 부르짖었다.

그렇다면 타국은 어떨까.

이탈리아는 백신 중명서가 없으면 출근을 못한다. 오스트리아는 백신 접종 거부자에게 478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독일은 아예 백신 미접종자의 이동을 제한했다. 캐나다도 백신을 맞지 않은 공무원은 무급휴직을 시켜버렸다. 싱가포르는 백신 미접종자가 확진되면 치료비를 본인이 지불하도록 했다. 국제기업인 구글은 백신을 안 맞으면 해고를 시킨다고 엄포를 놨다.

다시 우리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보자. 언론(일부라고 강조하고 싶다)의 지난 2년 기사들을 조합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는 전염병 발생 전에 이미 준비를 마쳐 놔야 하고, 전염병이 확산되더라도 자영업자를 위해 시간제한을 하지 말아야 하며, 개발도 전인 백신을, 그것도 가장 효과 좋은 백신을 알아서 선별해 대량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그 어떤 제약도 강제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확진자가 퍼져선 안되며, 최악의 순간에도 백신 접종을 강권하는 형태의 정책을 시행해도 안된다. 이럼에도 국민은 죽거나 아프지 말아야 하며, 빠르게 전염병을 물리쳐야 한다. 또한 백신 접종 이후 발생한 모든 불확실한 병 증상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허! 정리하고 보니 어이가 없다.

우리가 백신을 맞는 것은 1차적으로 나의 생존을 위함이지만, 나아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것은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끼리의 암묵적인 약속이다.

허나 어떤 사정으로 이 약속을 이행할 수 없다면, 그에 따른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마땅하다. 우리 역시 백신 접종이라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으니 말이다.

덧붙여 새해에는 책임도 지지 못할 대안 없는 비난은 접고, 제대로 된 비판을 미디어에서 봤으면 한다. 욕하는 것은 누구나 다한다. 누구나 다하는 것을 언론이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솔직히 지난 한 해 정말 어떨 때는 동종업계지만 "뭘 어쩌라는 거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때가 많아 고심 끝에 부탁드리는 말이다.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