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 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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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석탄발전소 퇴역
  • 입력 : 2021. 12.30(목) 16:52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우리나라 산업화의 초석이 된 국내 현존 최고령 석탄발전소인 여수 호남화력발전소가 신축년 마지막날 퇴역한다. 온실 가스 감축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화석연료인 석탄을 연료로 하는 발전소가 하나둘씩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호남화력발전소는 1973년 유류발전소로 상업 운전을 시작해 오일쇼크(석유 파동)뒤인 1985년 석탄발전소로 바뀌었다.이후 48년간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지역사회에 전력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탄소 배출과 미세 먼지를 줄이기 위해 석탄 발전소는 전세계적으로 퇴출의 운명을 맞게 됐다.

 산업 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은 1882년 런던 홀번 비아덕트 지역에 세계 첫 중앙제어 석탄발전소가 문을 연 이래 2015년 전체 전원의 25%대에 이를 정도로 석탄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았다.하지만 영국정부는 2015년 12월 파리협정 채택 이후인 2019년 탄소중립 선언을 계기로 지난해 석탄발전비중을 1.8%( 에너지원별 비중)로까지 낮췄다. 현재 영국내 남아있는 석탄발전소 3기도 2024년까지 모두 폐쇄될 예정이다. 이 처럼 각국의 산업의 엔진 역할을 한 석탄이 전 지구적 과제인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탈석탄이라는 이름으로 용도 폐기중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에 견줘 탈석탄 데드라인이 30년 가까이 늦지만 말이다. 정부는 올해 10월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확정·발표한데 이어 11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모두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 발생이 잦아지자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힌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와 연료 전환 방침을 담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2016년 6월 발표하면서 노후 석탄발전소 10기 폐지가 본격화됐다. 이번 호남화력발전 폐쇄 조치도 그 일환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4년까지 가동 30년에 이르는 24기(2024~26년 7기, 2027~30년 11기, 2031~34년 6기)를 엘엔지(LNG) 발전으로 전환한다. 이렇게 되면 2034년 말 기준 잔존 석탄발전소는 37기로 줄어든다. 우리 정부가 올해 10월 발표한 '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상향안'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석탄발전은 239.0 TWh으로 전체 전원 570.7TWh(테라와트시)의 41.9%를 점유할 정도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다. 순차적인 석탄발전소 감축을 통해 2030년 석탄발전 전력량은 133.2TWh, 비중은 21.8%로 줄게된다.

이처럼 석탄발전을 줄이고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노동자 실직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내일자로 공식 폐쇄된 호남화력발전소의 경우 노사 협의를 바탕으로 인력 320명중 290명이 다른 석탄발전소와 오는 2025년부터 새로 지어질 엘엔지 (LNG) 열병합발전소로 재배치되거나 자산 정리 업무를 위해 잔류할 계획으로 알려져 다행이다. 탈석탄이 지속가능한 인류의 삶을 위한 것이라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시설은 폐쇄되어도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되는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은 추구되고 이행되어야 할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