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_ 브랜드 자체가 지속가능의 인플루언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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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 콘텐츠 디렉터 김홍탁의 ‘인사이트’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_ 브랜드 자체가 지속가능의 인플루언서가 되다
창의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씨앗이다
  • 입력 : 2021. 12.16(목) 17:30
  • 김홍탁 CCO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_ 브랜드 자체가 지속가능의 인플루언서가 되다
1)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이 문구는 친환경 NGO나 NPO의 철학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를 성취해야 할 사명으로 삼고 있는 곳은 스포츠 의류를 생산 판매하는 파타고니아다. 그들은 자신의 기업의 존재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전달한다.

"우리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사업을 이용하고, 자원을 투자하고, 목소리를 높이며, 때로는 상상력을 활용합니다. 파타고니아는 등반장비를 만들던 작은 회사에서 출발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클라이밍, 서핑, 트레일러닝, 산악자전거, 스키-스노보드, 플라이낚시 관련 제품을 판매합니다. 이들 스포츠는 모두 엔진이 존재하지 않는 조용한 스포츠입니다. 그리고 이들 스포츠의 보상은 메달이나 순위, 관중의 환호가 아닌, 힘겹게 얻어낸 개인적인 영광의 순간과 자연과의 교감입니다. 이것이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알피니즘(Alpinism)'입니다.?그러나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이 '알피니즘'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싸우는 이유이며, 우리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매출의 1%를 전세계 수백 곳의 풀뿌리 단체에 지원해 그들이 환경을 위해 싸울 수 있도록 돕는 이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타고니아를 구입한다. 그러나 기능이나 디자인의 목적으로만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 파타고니아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에 언급된 파타고니아 브랜드가 지닌 친환경의 정신 때문이다. 그 정신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위해 파타고니아는 의류 제작에서 부터 프로모션 활동, 그리고 홍보기사의 한 줄까지 친환경의 정신을 구현한다. 심지어 파타고니아를 구입하지 말라는 광고를 한다. 아무리 친환경 제품이라 할지라도 구매행위 자체가 환경보호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파타고니아는 수만벌의 중고의류를 해체하고 봉제해 새로운 옷으로 재탄생시킨 'Worn Wear'라는 컬렉션을 론칭하기도 했다.

파타고니아 처럼 브랜드 자체가 지속가능의 임무를 실현하고, 지속가능의 소셜 무브먼트를 이끌며, 지속가능 정신의 인플루언서가 되는 행위를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이라 한다. 기업이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제작하고 배포하여, 브랜드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해결을 위한 실천으로 이끄는 새로운 방법이다. 이미 지속가능 브랜드 시장은 완전하게 자리를 잡았다. 닐슨 리서치에 의하면 지속가능 브랜드를 구입하겠다는 MZ세대가 무려 75%에 달한다. 2015년 조사임을 감안하면 지속가능이 키워드가 된 이 시점에서 그 수치는 더욱 늘었을 것이다. 국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2020년 말 조사에선 ESG를 구현한 브랜드를 구매하겠다는 비율이 87%였다. 이제 브랜드 자체가 지속가능의 정신을 구현하지 못하면 판로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2) 브랜드 액티비즘에 대한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다음 네가지 항목의 핵심가치를 소개한다.

1.비즈니스의 성공을 재정의하고 보다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를 구축한다. (Redefine success in business and build a more inclusive and sustainable economy.)

2.검증된 사회적, 환경적 성과와 투명성이라는 가장 높은 기준을 충족하는 브랜드를 선택한다. (Select brands that meet the highest standards of verified social and environmental performance and public transparency.)

3.더 건강한 환경, 더 강한 커뮤니티, 그리고 존엄성과 목적을 지닌 고품질 일자리를 창출한다.

(Create a healthier environment, stronger communities, and the creation of more high quality jobs with dignity and purpose.)

4.중소기업, 지역 사회 및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이익과 성장을 더 큰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Use profits and growth as a means to a greater end: positive impact for small business, communities, and the environment)

지속가능한 경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를 새롭게 정의하고, 그 정의에 바탕을 둔 제품을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소상공인과 지역사회와 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마디로 비즈니스와 브랜드의 생태계를 지속가능한 공생의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3) 파타고니아와 함께 브랜드 액티비즘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사례로 '솔트워터 브루어리(Saltwater Brewery)' 맥주와 E6PR의 콜라보를 들 수 있다. 우리는 맥주캔을 끼우는 플라스틱 링이 바다 거북이의 목이나 몸통을 조이는 영상을 보고 안타까워 한 적이 있다. 또한 그 링을 먹을 수 있고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재질로 만들어 그 안타까운 문제를 해결한 영상을 보고 안도한 적도 있다. 이 두 사례는 바다 생물의 가장 큰 위협인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와 그 문제를 가장 가시적이고 측적가능하고 확장가능한 솔루션으로 제시한 성공사례로 늘 함께 등장한다. '심각한 문제-실질적 솔루션'의 모범사례다.

이러한 문제가 크게 부각된 이유는 엄청난 맥주 소비량에서 기인한다.

특히 미국에선 2015년에만 63억 갤론의 맥주가 소비됐다. 이중 절반 정도가 캔맥주다. 현재 캔맥주 여섯 개를 한 데 묶는 데 사용되는 플라스틱 링은 분해되지도 않으며 미세 플라스틱으로 쪼개질 수 있는 성분이다.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산되어 퍼질 경우 바다생물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해를 입힌다. 수도물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전세계 수도물의 80%엔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있다. 바다 생물은 그 플라스틱 링에 걸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거나, 플라스틱을 삼킨 후 소화기관이 막혀 죽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다 속 큰 생선의 뱃속을 갈랐을 때 수많은 플라스틱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은 마치 호러 무비를 보는 것 같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으로 인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북태평양 하와이 사이에는 한반도의 15배나 되는 155만㎢ 면적의 쓰레기섬이 형성됐다. 그린피스에 의하면 80%의 바다 거북이와 70%의 바다새들이 플라스틱을 삼킨다고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한 해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다. 180억 파운드, 덤핑 트럭을 가득 채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매 3분 마다 바다에 갖다 버리는 양이다.

친환경 재질의 맥주 링을 개발한 곳은 E6PR이란 회사다. 2016년 이 회사는 플로리다의 솔트워터 브루어리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링 개발에 성공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 링의 재질이 맥주를 만들고 나온 부산물인 보리나 밀 찌꺼기라서 환경 오염 물질 배출 제로의 완전한 리사이클링을 구현했단 것이다. 자연분해되고 먹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자연에서 나와 자연으로 돌아가는 완벽한 순환이다. 비즈니스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플로리다 지역 작은 규모의 맥주제조사였던 솔트워터 브루어리는 미국 전역에 걸쳐 2500개의 샵을 열게 됐다.

지금 E6PR은 기본적으로 분당 360캔의 맥주에 해당되는 링을 제조하는 설비를 갖췄으며, 다량의 링을 원할 경우 분당 2500개의 캔 분량까지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현재 맥주 이외에도, 소다수, 와인 ,커피, 물, 차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 링이 매달 10억개 정도 생산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E6PR의 목표는 2025년까지는 이 모든 물품에 쓰이는 플라스틱 링의 20%를, 2030년까지는 50%까지 친환경 링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나아가 E6PR은 제조사에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환경 스타트업의 투자자이자 공동창업자가 되었다. 환경문제의 컨설팅, 솔루션 제공사로 진화한 것이다. E6PR의 프로젝트야 말로 확장가능성의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플랫폼을 구현한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인간이 환경 오염을 저지르고 인간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숨바꼭질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나마 결자해지 할 수 있는 게 다행이다. 솔트워터 브루어리가 맥주생산이라는 본캐보다 친환경 6팩링 생산의 부캐로 더 잘 알려진 브랜드가 됐다는 점도 흥미있다.

4) 요즘 친환경 브랜드는 일상화 됐다. 친환경으로 제조된 브랜드가 칭찬을 받고 그렇지 못한 브랜드가 친환경을 선택하도록 부추킴을 받는 시대는 벌써 지났다. 친환경은 기본이고 그렇지 못한 브랜드가 퇴출되는 상황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친환경 프로세스를 지킨 브랜드일지라도 브랜드 제조사의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다면, 그 브랜드 역시 퇴출된다. 남양유업 사례가 좋은 예다. ESG의 G, 즉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의 E(환경)과 S(소셜) 경영은 하부구조인 건전한 거버넌스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해진다. 이래저래 기업들이 압력을 받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압박이라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브랜드의 평판을 키울 좋은 기회라 생각해야 된다. 브랜드 자체가 인플루언서가 된다면 별도의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지 않기에 오히려 비용 절약에 의한 수익창출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를 홍보하는 곳은 파타고니아의 홍보팀이 아니라 파타고니아를 사랑하는 일반 대중이라는 점을 꼭 염두에 두자. 그들은 파타고니아 브랜드 자체를 인플루언서로 흠모하기 때문이다.

김홍탁 CCO khong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