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선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
인간은 물리적·생리적 충족만이 아닌 정신적인 삶의 만족과 가치 또한 중요하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재물을 많이 쌓아두는 것보다는 독서로 삶의 지혜를 몸에 지니는 것이 낫고, 1만 권의 책을 끼고 있는 것이 일백 개의 성을 손아귀에 둔 것보다 낫다'라고 했다. 통장의 잔고가 내 삶을 지켜주지는 못하고, 재물은 미꾸라지처럼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니, 사는 동안 나를 든든히 지키려거든 재물에 목숨 걸지 말고 독서습관을 생활화하라는 것이다.
조선의 왕이자 학자였던 정조는 지나칠 정도로 독서에 몰두하는 사람이었다. 하루라도 독서하지 않으면 편안할 수 없었다고 한다. 말년의 정조는 안경 없이는 책을 볼 수 없었고, 임종 몇 달 전에는 중요한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었다. 그러자 급기야는 신하들이 나서서 지나치게 학문에 정력을 쏟지 말 것을 임금께 간언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정조는 "나 역시 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나 힘써 공부하지 않으면 편안할 수 없다."라고 했을 정도다.
조선의 문신 홍석주 역시 정조 임금 못지않았다. 그는 동시다발로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아침에 머리를 빗을 때 읽는 책과 안채 자리 곁에 두는 책이 달랐다. 공무에 지쳐 귀가한 후에도 반드시 몇 줄이라도 읽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는 또 날마다 일과를 정해 읽었다. '일과는 하나라도 빠뜨리면 안 된다. 사정이 있다고 거르면 일이 없을 때도 게을러진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치열하게 독서를 규범화하고 생활화한 선조들의 독서습관을 우리도 본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보자. 화장실, 소파, 침대 등 곳곳에 읽을거리를 놓아두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과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성하자. 그렇게만 해도 우리 삶의 질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놀랄 만큼 바뀔 수 있다.
밥 먹은 효과는 피부의 윤택으로 드러나듯, 책 읽은 보람은 사람의 교양과 인격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인간의 신체 중 가장 빨리 노화되는 기관은 뇌라고 한다. 치매는 다름 아닌 뇌의 노화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치매 예방을 위해서라도 일상적 독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당신의 인생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위대하게 바꿔 줄 방법이 무엇인가? 인류가 현재까지 발견한 방법 가운데서만 찾는다면 당신은 결코 독서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단기간에 인간을 가장 위대한 존재로 만드는 지름길은 독서밖에 없다는 워렌 버핏의 주장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귀담아듣고 명실한 값진 교훈이 아닐 수 없다. 독서를 생활화하고 일상화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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