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쌩노인 모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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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쌩쌩노인 모병제
  • 입력 : 2021. 09.13(월) 10:26
  • 박간재 기자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웃을 일 없는 요즘, 페이스북을 보다가 한바탕 크게 웃었다. 전남대 교수이자 장성에서 '청산녹수' 양조장을 운영하는 김진만 교수 페북글이다. 그는 '사미인주' '산소막걸리' '오이소주' 등을 판매하며 전통주 지키기에 분골쇄신 하고 있는 1인이다. 지인에게 받은 글인 모양인데 군대 다녀온 남자들이라면 공감하는 내용이다. 최근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가 '모병제' 도입 공약을 내놓자 웃자고 쓴 글인 듯 하다.

"jp(홍준표)가 앞으로 전쟁은 많은 병력이 필요치 않은 전자전이라 군대를 모병제로 바꾸자고 한다. jp에게 건의를 해볼까. '쌩쌩노인 모병제!!'ㅎ. 앞으로 군대는 젊은이들보다 노인네들을 뽑아가자! 옛날같이 무거운 창칼 들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60 넘은 노인네라 해도 허약하지도 않다. 오히려 할 일은 없고 남아도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인간들이 많은 세상이다. 반면 한참 공부하고 일하고 결혼해서 2세 만들어야 할 젊은이들을 군대에 가둬두니 非효율적이다. 대충 살만큼 살았고 마누라 봐도 감흥도 없고 밥해주기 싫어 짜증만 내는 할망구들과 붙어 있는 것보다 낫다. 오히려 잠 없어서 경계근무 잘 서지 '몇 년 더 살아봤자' 하는 생각에 용감하지, 사회 경험 많으니 요령 좋지, 다쳐도 얼마 안 사니 상이연금 절약되지. 반면 본인 입장에서는 재워주지, 입혀주지, 용돈주지, 동년배끼리 모여 있으니 마음 통해 좋지, 연금은 연금대로 나오지. 이만하면 죽어서 가는 천당보다 군대가 훨~ 낫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손자야, 마눌씨야! 할배 군대 갔다 올께…. ㅋㅋㅋ"

최근 대선후보들이 내놓는 '모병제' 공약이 화제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자발적으로 군에 지원해 복무하는 모병제를 앞다퉈 내걸고 있어서다.

여당의 이재명, 이낙연 후보는 물론 야당의 홍준표 후보도 이 공약으로 젊은층 흡수에 나서고 있다. 솔깃하긴 하지만 지켜질 수있는 약속을 내놨으면 한다. '쌩쌩노인 모병제' 유머를 만들어낸 김 교수의 지인 처럼 여유로움 속에서 언중유골(言中有骨)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후보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이다. 그런 후보들이 많아야 '경제만은 살리겠다'는 공(空)수표 남발의 대통령이 나오지 않을 것이며 느닷없이 '헐크'로 돌변해 국민을 겁박하는 후보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테니 말이다.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