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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 콘텐츠 디렉터 김홍탁의 '인사이트'> 로켓맨 제너레이션 50대, Your 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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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 콘텐츠 디렉터 김홍탁의 '인사이트'> 로켓맨 제너레이션 50대, Your show must go on!

게재 2021-08-22 14:19:32
김홍탁 총괄 콘텐츠 디렉터
김홍탁 총괄 콘텐츠 디렉터

50줄에 막 들어선, 그리고 곧 50세를 바라보는 후배들과 모임을 가졌다. 100세 인생의 전반전을 마친 셈이다. 각기 다른 직업을 가졌지만, 모두 불안에 쫓기고 있었다. 특히 요즘엔 앞날을 예측할 수 없어 계획을 세우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의 상황이 늘 변수가 되고, 사회가 다변화되다 보니 고려해야 할 사항은 늘고 기존의 먹히던 해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기술집약적 플랫폼이 정신을 사납게 한다 했다. 메타버스, 비트코인, 블록체인, NFT, 알고리즘 같은 유령을 현실로 접해야 하는데, 따라잡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앱은 세대구분 없이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었다. 생활 밀착형이었고 이용하기에 직관적이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가 MZ세대들에겐 일상적인 놀이터지만, 이 지구에 MZ세대들만 사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인생의 후반을 맞이한다는 불안이 컸다. 대한민국의 20대는 대학공부, 짝찾기/짓기, 남자라면 군대, 그리고 취업이나 개업으로 채워질 것이다. 30, 40대는 가정과 직업에 충실하면서 근미래에 대한 약간의 계획과 함께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다 50대가 되면, 4가 5로 바뀌었을 뿐인데 갑자기 실직 후, 은퇴 후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대부분 직장의 정년은 55세이고, 그 전에도 눈치를 주며 은근히 명퇴를 강요한다. 겨우겨우 사업을 운영해오던 사람에게도 콱 접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몰려 온다. 꼬박꼬박 월급주기에 지치고, 돈 문제로 은행에 노사문제로 경찰서 몇 번 끌려다니다 김 빠지고, 건강검진에서 고지혈, 지방간, 부정맥, 당뇨, 이런 것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게다가 부모와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감이 최고조에 달한다. 부모는 각종 노인병에 시달리고 자녀들 대학입시에 집은 초비상이다. 노량진에 공시생이 몰리는 이유도 부모와 친척과 선배를 통해 불안한 미래를 봤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답을 찾은 아래 세대와는 달리 50대의 불안함의 근본 원인은 미래를 점쳐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좋은 섭생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10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부고를 보면 돌아가시는 분의 연령대가 이미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대개 80대 후반에서 90대 초반이 평균인 듯 하다. 문제는 수명은 느는데 70을 넘어서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기 위해 참고할 만한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다. 노후에 대한 우리의 사회제도나 마인드셋은 온 힘을 다해 살아야 70을 좀 넘기던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벤치마킹할 인생후반의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 선배로부터 물려받을 전설의 답안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사회의 중추세력인 지금의 50대는 스스로 모범 답안을 적어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좌고우면한다. 아침엔 이걸 하면 되지 싶다가도 저녁이 되면 안될 것 같단 불안이 엄습한다. 수면제 졸피드를 처방받기도 하고, 항우울제 프로작을 처방받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우울증 환자는 50대가 제일 많다. 그 날 좋은 음악과 와인과 함께 한 후배들과의 시간은 정말 흥겨웠다. 그 순간을 최대한 즐기던 후배들의 모습에선, 그러나 그것이 일시적 플래시보라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었다.

얼마되지 않은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인생은 사는 것이 아닌 살아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나마 다행이다. 어떻게든 살게 되니까. 사실 내일 아침의 일도 알 수 없는 인생을 어떻게 자유 의지대로 개척해가며 살 수 있단 말인가. 인생살이는 능동형이 아니라 수동형이다. 개인적으로도 적극적으로 공들인 일이 빠그러지고, 오히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에서 기회가 생겼던 경험이 더 많다. 태풍 몰아치면 어쩔 수 없이 온 몸으로 두들겨 맞아야 한다. 그러다 꽃길 펼쳐지면 걸으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해 놓고 보니, 태어난 것도 내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닌데 이후의 인생도 내 마음대로 주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억울하게 느껴진다. 억울함을 호소해봤자 필멸의 인생은 그저 살아지는 것이란 불멸의 운명론은 수정되지 않는다. 다만,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지도록 계획하고 노력하는 것 뿐이다. 그러니 지나친 낙관도 금물이지만, 우울의 구덩이에 빠지는 비관은 더더욱 금물이다. 일상은 늘 기대와 불안이 공존한다. 51:49이거나 49:51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처럼 미래에 가보지 않는 한, 우리는 내일의 운명 앞에 연약해 질 수 밖에 없다. 아니 내일을 안다고 해도 어찌할 도리가 있을까? 영화 '컨택트(Arrival)'에서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는 주인공 처럼, 자기 딸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남편과 헤어지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냥 현실을 살아내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50대는 제 2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매뉴얼을 후배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세대가 됐다. 아마도 태어나 겪게 될 가장 큰 어려움일 거라 생각된다. 후배들아, 우린 모두 쌤통의 세대야. 그래도 뭔가를 만들어 후세에 전달할 게 있다는 사실이 흥분되지 않니? 지금 너희들이 매일 치뤄내는 행동 하나, 거기서 얻게 되는 생각 한 톨이 그 매뉴얼을 만들어갈 테니까. 50대, 경험과 노하우와 식지 않은 열정까지 장착한 로켓맨 제너레이션, Your show must go on!

#대한민국 중추세대의 후반전 #로켓맨 제너레이션 #답없는 세상의 매뉴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