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사상' 참사… 경찰, 다각도로 수사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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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17명 사상' 참사… 경찰, 다각도로 수사 '속도'
다단계 하청에 무자격 업체 공사 ||계획서 작업 과정 무시하고 강행 ||동구청, 안전 민원 경시·감독 소홀 ||경찰 “붕괴 원인 다각도 조사 중”
  • 입력 : 2021. 06.13(일) 16:47
  • 양가람 기자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동구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불법 재하청 정황을 포착했다. 또 관할 구청의 안전 민원 소홀을 들여다보는 등 참사 원인 규명에 힘을 쏟고 있다.

●불법 다단계 하청 확인… 이면 계약 정황도

13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광주 학동 4구역 철거 공사와 관련해 다원이앤씨가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석면 철거 공사를 수주한 사실을 확인했다. 일반건축물 철거 공사는 시행사인 현대산업개발과 시공사인 한솔기업이 계약, 다시 백솔건설로 하청이 이뤄졌다. 실제 공정에도 백솔기업이 참여했다.

경찰은 또 다원이앤씨가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수주한 석면 철거 공사 일부를 철거 업체인 백솔건설에 불법 재하도급을 준 사실을 확인했다. 백솔건설은 타 업체에서 석면 해체 면허를 빌린 무자격 업체였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이면 계약을 한 정황도 확보해 지분 분배 등 의혹을 수사 중이다.

●밑에 층부터 허물어… 하향식 작업 절차 어겨

한솔기업으로부터 하청받은 백솔기업은 계획서에 명시된 5층부터 밑으로 해체해야 하는 하향식 작업 절차를 무시하고, 1~2층을 먼저 허물었다.

또 건물 뒤쪽에 쌓아둔 흙·폐건축 자재 더미 위(3~4층 높이)에서 굴삭기가 중간부 해체 작업을 하면서 강도가 가장 낮은 왼쪽 벽 대신 뒤쪽 벽부터 부쉈다.

여기에 건물 붕괴 직전 굴삭기가 건물 내부에서 철거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백솔 대표이자 굴삭기 기사 A씨가 '3층 높이로 쌓은 흙더미 위에 올라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 굴착기 팔이 5층까지 닿지 않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천장을 뜯으려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계획서 상 작업 과정이 지켜지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도 집중 들여다 볼 예정이다.

●공사 안전 민원 소홀… 동구청 관리 구멍 없었나

사고 전 동구청에 접수된 안전 우려 민원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어 경찰이 수사 중이다.

붕괴 두 달 전 같은 구역에서 철거 중인 건물(옛 축협)의 사고 위험성을 제기하는 공익 제보가 있었고, 한 달 전에도 안전을 우려하는 민원이 잇따랐다. 이와 관련 현장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동구는 '현장점검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라며 민원 접수 시 구두 주의통보, 공문 발송 조치를 했다고 답했다.

'공사 진행 중엔 버스정류장을 옮겼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동구 측은 "시공업체가 요청해야 정류장을 옮길 수 있는데 협의 요청이 없었다. 아마 철거작업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처했어야 하지 않았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관계 공무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통해 관리·감독 소홀 여부도 따지고 있다.

●정확한 붕괴 원인·경위 파악 집중

경찰은 붕괴 원인과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또 감리자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고 보고, 건물축물관리법 32조(감리의 의무) 위반 여부도 적용할 지 검토한다.

항간에 알려진 사고 직전 작업자들이 붕괴 조짐을 알고 현장을 이탈한 정황과 관련, 현재까지 확인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현대산업개발, 한솔·백솔기업 관계자와 감리자 등 7명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이뤄진 정황을 확인한 만큼, 정확히 어떤 지시 체계에 의해 철거가 이뤄졌는지 밝힐 예정"이라며 "다수의 무고한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고 엄정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