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경로당에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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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코로나가 경로당에 준 선물
  • 입력 : 2021. 06.10(목) 16:35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사진
 노인 10명 중 8명은 노인 부부끼리만 살거나 혼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일 발표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려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이런 노인들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경로당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꼭 닫혀있던 광주·전남지역 경로당 문이 올해 2월부터 다시 열리고 있는 중이다. 감염 확산세가 주춤해지고 감염병 취약계층인 고령자순으로 코로나 예방백신 접종이 진행된 덕분이다.

 하지만 경로당 이용 수준은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 복귀하지는 못했다.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식사와 간식 등 음식물 섭취와 프로그램 운영이 금지됐고 이용 인원수도 제한된 때문이다. 전남 지역중 나주· 곡성·보성·화순·영암·함평 등 6개 시군 경로당은 아직 휴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장이 지역 감염병 확산 추이를 고려해 경로당 개·휴원을 탄력적으로 결정하고 있어서다. 경로당 이용 재개로 장기간 자신의 집에 갇혀 생활해야했던 어르신들이 극도의 고립감과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와 함께하면서 노인들은 경로당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을 것이다. 마을마다 있는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소통의 공간이고, (무더위)쉼터이다. 노인의 동반자가 된 경로당에 부족한 게 있다. 입식 테이블과 의자다. 어르신들이 방바닥에 앉았다 일어섰다 하려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요즘 식당과 장례예식장들이 손님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좌석 대신 입식 식탁으로 바꾸고 있다.고령자들은 허리와 척추, 무릎 관절이 성치 않아 오랜시간 방바닥에서 지낼 경우 건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여러가지로 좋은 일이다.우선 당사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의료비와 노인 복지비, 자녀들의 보살핌 부담 등 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현재 광주에 1333개, 전남 9163개의 경로당이 있다. 이번 기회에 해당 지자체는 경로당에 입식 테이블과 의자 설치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어르신들이 테이블 위에서 식사는 물론, 학습·놀이 프로그램을 즐기시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코로나19 창궐로 경로당을 오랜 동안 열지 못했으니 운영비와 냉난방비, 양곡비 등 사용하지 못한 재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서다. 만약 이런 재원이 없다면 별도 사업비를 마련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경로당의 입식화는 지자체 어법으로 '맞춤행정'일테고, 감염병으로 많은 희생과 큰 불편을 겪은 어르신들에 대한 위로이자 '코로나가 준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