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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역사 점철된 양림산, 추모·치유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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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역사 점철된 양림산, 추모·치유작업

〈3〉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항일의병 투쟁·기독교 포교 등 양림산 장소성 담은 최근작 전시

게재 2021-04-15 17:20:18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주제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은 과거 풍장터였던 양림동 선교사 묘지 끝자락에 위치해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양림산 일대는 항일의병 투쟁을 비롯해 과거 한반도 기독교 포교와 미국의 지정학적, 군사적 영향력의 거점으로 역사의 복합적인 층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다. 이러한 역사의 흔적들은 여전히 잘 보존돼 있는 한국의 전통 건축물과 일제강점기 방공호로 사용됐던 동굴, 선교사 묘지 등에서 잘 드러난다. 태국 출신으로 전세계 예술감독들의 관심을 받고있는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Korakrit Arunanondchai)와 시셀 톨라스(Sissel Tolaas)의 비엔날레 신작, 파트리샤 도밍게스(Patricia Dominguez), 사헤지 라할(Sahej Rahal), 김상돈의 근작이 함께 전시된다.

파트리샤 도밍게스 '어머니 드론'
파트리샤 도밍게스 '어머니 드론'

● 파트리샤 도밍게스=2019년 여름 볼리비아 치키타니아 지역과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파트리샤 도밍게스는 불길에 다친 동물들을 돌보기 위해 급조된 동물 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설치 작품 '어머니 드론'(2020)의 중심 내용은 그녀가 반쯤 실명한 투칸(왕부리새 류)을 돌보는 것이다. 이는 맥락상 원주민의 토지권과 칠레 산티아고의 시위대를 감시하는 경찰 드론의 순찰과 연결된다. 주요 모티브인 시력과 치유, 그리고 토착적 제의, 정착민-식민지 풍습, 동시대의 기업화된 건강 도식이 수렴하는 현상에 대한 깊은 성찰이 양림산 지하 공간에 있는 도밍게즈의 설치 작품을 형성한다. 또 다른 작품인 '녹색홍채'는 홍채의 '식물색'으로 유럽의 혈통을 암시한다. 원주민 세계를 애도하는 눈물이 그려진 오리 모양의 도자기인 자로 파토(Jaro pato)를 묘사한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메스티소(라틴 아메리카의 에스파냐계 백인과 인디오와의 혼혈 인종)의 치유 활동을 암시하는 장미의 존재, 동시대 현실의 이모티콘과 패스트패션 사각 팬티와 정장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작가의 작품은 무속의 성지, 사이버네틱 제단, 뉴에이지 치유 시설과 닮았다. 반직관적인 전략으로 작가는 자연과 연결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한다. 작가의 작품들은 원주민과 식민자의 신화들, 그리고 그들의 동시대적 복합성을 작업 속에 혼합하며 오늘날 인간의 '채굴주의 사원'에 대한 기록을 제공한다.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 '죽음을 위한 노래'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 '죽음을 위한 노래'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마이클 타우시그는 그의 1987년 저서 '샤머니즘, 식민주의, 야만인'에서 식민지 시대의 공포 정권이 죽음의 공간에 던져지는 우화적 소설화의 형태를 표현하기 위해 '인식의 암흑'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의 작품 대부분은 유령이 역사적 구성과 사실적 현실 모두와 섬세하게 얽힌 이 '인식의 암흑'을 탐구하고 이야기한다. 작가의 영상의 난해한 스토리라인은 베트남 전쟁의 신화, 불교 유령 영화의 역사, 태국 북부의 CIA 비밀 감옥에 대한 루머 등을 통해 문화와 영적 혼종성의 영역을 넘나들며 '나가'로 알려진 뱀과 같은 생물체와 육신을 떠난 영혼을 불러 낸다. 신작 '죽음을 위한 노래' 작업을 위해 작가는 한국에 방문해 인류학자 김성례와 만난 후, 말소된 역사의 해결을 위해 구체화된 지식을 형성하는 집단 추모 의식을 지켜봤다. 이 작품은 제주 4·3 봉기와 그에 따른 대학살에 대한 추모를 영적, 역사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공동체의 문화적, 영적 치유를 모색하기 위해 무속적, 정치적 내러티브를 덧붙인다. 아루나논드차이의 영상 속에서 김성래가 '애도 작업'이라고 표현한 추모 활동은 제주의 해양 생태계의 구전 지식과 풍습, 바다 양식의 영적 유산, 태국 민주화 운동의 의식적, 수행적 관습과 교차한다.

시셀 톨라스 'EQ_IQ_EQ'
시셀 톨라스 'EQ_IQ_EQ'

●시셀 톨라스=후각에 기대어 세상을 관찰하는 냄새 연구가이자 작가이며 화학자인 시셀 톨라스의 작업은 개인과 공동체의 감정 지성을 탐색하고 분자 수준에서 지구와 조응하기 위해 후각에 집중해 여러 분야를 연결시킨다. 전 세계에서 수천 가지의 조향 데이터를 정리한 작가는 문화 행동, 경제 발전, 사회 기억, 생태적 취약성의 특징을 해독하는 수단으로서 냄새에 대한 파격적이고 깊이 있는 접근법을 이어 나가고 있다. 작가는 광주비엔날레를 위한 리서치 방문 기간 중 언어학자 백승주와 한국인의 감정 지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수십 년간의 탄압으로 점철된 제주의 폭력의 역사와 영적 유산을 연구했다. 70년간 매일 수기와 삽화로 자신의 삶을 기록해온 제주도민 양신하를 소개받은 작가는 언어와 기억, 감정 촉발 간의 이례적인 교환을 발견했다. 영화감독 좌성환의 도움으로, 돌에 나노분자를 심었다. 신작 '_EQ_IQ_EQ_' 설치작품은 한국인이 공유하는 집단 지혜나 슬픔의 비언어적 양식인 '눈치'와 '한'과 같은 개념을 토대로 역사, 비극, 신념에 대한 대안적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