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권재> 기후위기와 수출환경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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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권재> 기후위기와 수출환경 변화
이권재 한국무역협회 광주전남지역본부장
  • 입력 : 2021. 04.06(화) 14:09
  • 편집에디터
지구 기온은 지난 1만년 동안 약 섭씨 4도가 증가했는데 산업혁명 이후 1백년간 이산화탄소의 급격한 증가로 약 1도가 상승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기온이 1.5도 상승하고 2100년까지 2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구 기온이 섭씨 2도를 넘어설 경우 재앙이 닥칠 '변환점'(tipping point)으로 인식된다. 극심한 열과 가뭄, 기상 변화와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고 한다. 지구 기후변화가 단순히 변화가 아닌 위기로 인식되는 이유다.

기후위기를 자각한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함으로써 기온이 섭씨 2도 이상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해 왔다. 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기후변화로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아주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화 하고, 2030년에는 2010년 대비 탄소 배출을 45%로 줄이라고 권고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탄소중립 성장전략인 '그린딜'을 제시하였고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이었던 미국조차도 바이든 정부 출범이후 파리협정 재가입 등 발 빠르게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0월에 국회 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각국 정부의 탈탄소 규제정책이 점차 보호무역 프레임으로 전환되어가는 것이다. EU는 적극적인 탄소 배출규제로 인한 역내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자 2023년에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미국도 자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탄소조정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어 우리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EY한영의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수출에 미치는 영양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경 탄소국경세가 부과되면 EU, 미국, 중국으로 수출하는 주요 수출업종이 6100억원을 추가로 지불하게 될 것이고 2030년에는 그 금액이 1조8700억원이 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수출업종 중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전지 업종의 탄소국경세 부담비중이 높을 것으로 분석돼 이들 업종의 수출비중이 큰 전남 및 광주 기업들의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EU, 미국, 중국 등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국가들의 어젠다를 주시하고 대응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그린뉴딜'을 발표했지만 현실을 보면 석탄발전소 건설이 계속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 추진은 부진하다. 지난 3월초 광주경총에서 기후위기 주제의 강연에서 인용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전 세계 신규 전력 에너지 중 재생에너지 비율이 7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의 경우 2009년 대비 발전단가가 태양은 89% 하락했고 풍력은 70% 하락했다. 석탄은 2% 하락했고, 원자력은 오히려 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발전단가가 원자력, 석탄, 그 외 에너지 순으로 높았다. 원자력 발전단가가 높은 이유는 시설, 운영 등 관리 및 처리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세계적인 추세와는 달리 한국, 일본 등 일부 동아시아 국가에서만 아직 석탄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에너지 문제에 문외한인 필자를 비롯한 일반인들은 대체로 원자력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줄 알았을 것이다. 물론 각국 마다 그 편차는 있을 것이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낮아지는 추세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재생 에너지 발전에 박차를 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차원의 탄소중립 노력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통한 탄소배출 감축에 동참하고 있다. 구글, 애플, 폭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들이 'RE 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에 참여하며 밸류체인에 있는 공급사들에게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어 우리 수출기업들이 탄소중립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적 결과를 방지하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글로벌 밸류체인에 편입되어 있는 광주전남 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자신들과 거리가 먼 거시적 어젠다로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 및 수출 비중이 높은 전남은 해외의 탄소국경세 도입과 같은 무역환경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