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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26-4> 미얀마 봄 혁명의 승리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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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26-4> 미얀마 봄 혁명의 승리를 기원하며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

게재 2021-03-14 17:44:21
미얀마의 한 시민이 시위대를 향해 군사 쿠테다에 저항하는 의미의 세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MPA(Myanmar Pressphoto Agency) 제공
미얀마의 한 시민이 시위대를 향해 군사 쿠테다에 저항하는 의미의 세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MPA(Myanmar Pressphoto Agency) 제공

필자가 일하고 있는 단체는 설립된 지 갓 4년이 된 신생단체로, 주로 미얀마와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다. 어찌하다보니 분쟁지 여성들을 지원하는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미얀마 NGO 활동가들 역량강화 교육, 바모(Bhamo)지역 IDP(Internally displaced people, 국내 실향민)를 지원하는 재봉틀 프로젝트, 분쟁지 인권침해 실태조사와 같은 활동이 그것이다.

활동 연차가 쌓이다보니 여러 NGO활동가들과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SNS를 통해 프로젝트를 의논하거나 안부를 묻기도 한다.

미얀마의 속살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은 바모라는 지역을 방문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바모는 까친 반군인 KIO/KIA(Kachin Independence Organaization/Kachin Independence Army)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다. KIO는 소수민족 무장군(EAO, Ethnic Armed Organization) 중 하나로 수도가 따로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소수민족 무장 조직이다.

EAO들은 주로 산속에 근거지를 두고 게릴라전같은 무장 투쟁을 이어가는데 이때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이들이 주민들이다. 2011년 까친의 분쟁 때, 바모에서도 전쟁이 벌어졌었다. 이때 10만명 이상의 실향민이 발생했고 4만명 이상이 중국으로 넘어가 난민이 되기도 했다. NGO 활동가 교육에 참여한 이들도 이때 고향을 떠나 IDP가 된 채 현재까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바모의 활동가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무장 반군의 공격에 대비해 미얀마 군대가 숲속에 주둔해 있는데 주민들은 땔감을 구하러 가거나 돼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산에 올랐다 때때로 군이 주둔해 있는 부근까지 가는 경우가 있단다. 이때 주민들에 대한 살해, 납치, 강간과 같은 폭력이 발생한다고 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이 피해를 외부에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며 지역의 CSO들이 암암리에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었다.

버마족이 주류인 미얀마에서 소수민족은 주류사회에 진입하기 어려운데, 종교지도자의 회합에서 이를 비판하던 종교인들이 소리소문없이 끌려가 고초를 당하는 일도 많았단다. 까친 주민들 속담에 '호랑이는 무섭지 않지만 미얀마 군대는 무섭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얀마 군대의 잔인함은 두려움의 대상이자 인권침해의 주요 가해자로서 국제사회에 악명이 높다.

그랬던 바모 지역에서 군대의 범죄에 적극적인 항의가 가능해졌다. 살해된 채 암매장된 여성의 아버지가 용기를 내 범인으로 지목된 군인을 고발하고 교회와 CSO들, 법률가들이 이를 지원하기도 했다. 물론 군대를 우선하는 법률 때문에 그 군인은 처벌을 면했다. 두려움 때문에 가해자를 고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피해자를 설득해 고발이 가능해진 것은 바모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군부 통치 시절 꿈도 꿀 수 없었던 일들이 가능해진 것은 미얀마 사회가 민주화를 이뤄가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얀마 사람들, 특히 항상 분쟁의 위험을 안고 있는 바모 사람들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미얀마 군인(군대)을 고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장애는 많았다. 바모에서 인권이나 민주주의라는 주제에 대한 주민 교육은 당국에서 허가 받지 못했고, 군대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를 살해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군대 범죄의 피해자를 안전한 지역으로 피신시켜야 할 때도 있었다.

미얀마 북부지역 까친 주 바모에서 민주주의는 가깝기도 하지만 아직 멀리 있는 상대였고 바모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그 민주주의를 일상에서 만들어가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2021년 2월, 21세기의 대명천지에 다시 미얀마는 88 때와 같은, 2007년 샤프란 때와 똑같은 악몽에 빠져 들었다. 군부 쿠데타 소식은 미얀마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던 시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산산조각 냈다. 바모를 비롯한 미얀마 전국 각지에서 쿠데타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이 저항에는 88세대의 아이들인 GZ(Generation Z, Z세대)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GZ는 개방과 민주주의 제도가 시행되던 시기에 나고 자란 세대들로 부모세대가 완성하지 못한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들의 자식 세대에게 다시 군부 독재를 물려줄 수 없다며 전국 각지에서 시위의 선봉에 섰다.

저격수가 쏜 총에 맞아 죽거나 부상당하고, 체포돼 고문당하는 사람들이 수천 명이다. "유엔군이, 미군이 들어와서 이 학살을 멈춰달라"며 소리치는 미얀마 사람들의 호소는 공허한 메아리가 돼 미얀마에서는 오늘도 GZ(Generation Z, Z세대)를 비롯한 시민들이 속절없이 스러져 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희생자는 늘어나고 저항의 강도가 약해질 법도 하건만 GZ를 비롯한 미얀마의 X, Y들의 저항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중이다.

빈곤을 없애기 위한 경제 발전, 민주주의와 인권의 향상을 위해 할 일 많은 미얀마의 교육 받은 젊은이들이 총탄에 스러져 가고 있다. 그럼에도 습관처럼 되풀이되는 군부 쿠데타와 독재지배를 끝장내겠다는 GZ들의 투쟁이, 그들의 봄 혁명이 성공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80년 5월 광주의 악몽, 공포와 분노와 슬픔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가 미얀마와 연대하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일 터, 우리는 미얀마의 X, Y, Z들과 연대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임을 다시 상기하며 그들의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할 것이다.

#Save Myanmar #Justice for Myanmar #For the solidarity of Gwangju and Myanmar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