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인의 우아한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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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남도인의 우아한 기부
  • 입력 : 2021. 02.23(화) 15:42
  • 이용규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의장의 통큰 기부는 몇가지 면에서 화제가 됐다. 첫번째는 흙수저 출신으로 일군 천문학적 재산 규모와 기부 금액에 놀랐고,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적이 없는 40~50대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또 한번 관심을 끌었다. 한국인의 '나눔마인드'를 전세계에 보여준 이들이 남도와의 인연을 갖고 있다는 것에서도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부친이 담양 수북면 두성리 출신인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신년 메시지에서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10조 원대인 그의 재산 규모로 볼 때 최소 5조 원을 기부하게 된다. 김 의장의 신선한 감동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완도 소안면 구도 출신의 국내 대표 배달앱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의장 부부의 자발적 기부운동인 '더 기빙플레지' 가입 서약이 공개됐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출범시킨 세계 부호들의 기부클럽인 '더 기빙 플레지'의 가입 조건은 자산이 10억 달러(약 1조1065억 원) 이상이다. 김 의장의 기부 금액은 최소 5500억원 이상이다.

IT 플랫폼 업체인 이들 기업은 대한민국 일상 생활에서 매우 친숙하다. 1년이 넘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성장세가 뚜렷한 이 기업들에게 부러움과 질시의 시선이 교차했다. 앞서거나 뒷서거나 예기치 못한 두 기업가의 "교육 문제와 사회불평등 해소에 노력하겠다"는 화두는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를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 읽혀진다.

그동안 우리나라 재계 인사들이 보여준 것과는 결이 다른 이들의 기부는 'ESG 관리와 맥이 통한다. 국내외 기업경영의 트랜드인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비재무적지표를 말한다. 코피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이 2004년 전세계 금융회사 CEO에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영업이익 등 기존의 기업평가 항목에서 비재무적 지표도 주요 요소가 된 것이다. 대표적 석유기업 엑슨모빌의 다우존스 지수 퇴출과 재생에너지 기업인 넥스테라 에너지의 약진은 ESG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카카오와 우아한형제의 통큰 기부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또 하나의 출발점이다. 김범수·김봉진 의장의 기부가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면서 기업의 경쟁적인 기부 문화의 마중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크다. 김범수·김봉진 당신이 남도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g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