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보호가 우리 삶에 문제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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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길고양이 보호가 우리 삶에 문제가 될까요?
광주시, 10곳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당초 18곳 계획했지만 반발로 중지 ||“고양이 왜 들끓게 하냐” 민원 여전||매년 유기묘 1700여마리 구조 돼||"중성화 위한 포획에도 큰 도움"
  • 입력 : 2021. 01.12(화) 17:23
  • 도선인 기자

광주시 화정1동 주민센터 인근에 지난 2015년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길고양이 급식소를 관리하는 담당 구에서는 한 곳당 사료비, 수리비 명목으로 매년 1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왜 우리가 낸 세금을 고양이 밥을 줘서 들끓게 하냐, 여름에는 울음소리에 냄새에, 겨울에는 주차장이나 차 밑에 숨어서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고 항의하죠. 불만 민원이 압도적이에요."

1월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광주 서구의 길고양이들은 추위를 피해 화정1동 주민센터 인근으로 모인다. 이곳에 오면 눈을 피하고 밥과 물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광주시가 공식적으로 마련한 '길고양이 급식소' 10곳(서구 6곳, 남구 4곳) 중 한 곳이다.

광주 서구는 지난 2015년 시범사업을 통해 4곳을 먼저 구축하고 이후 2곳을 추가했다. 고양이 급식소를 관리하는 담당 구에서는 한 곳당 사료비, 수리비 명목으로 매년 1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겨울은 길고양이에게 혹독한 계절이다. 광주시 화정1동 주민센터 인근에 마련된 '길고양이 급식소' 물이 추운 날씨에 얼어있다.

매일 사료와 물을 갈아주고 계속된 한파에 얼어 죽지 않을까 이불 하나라도 더 내놓는 데에는 주민센터 직원들과 캣맘들의 노고가 크다.

광주시가 당초 계획한 길고양이 급식소는 총 18곳이다. 현재 고양이 급식소를 보유한 서구와 남구를 제외하고 동구 4곳, 북구 2곳, 광산구 2곳을 추가할 계획은 있지만, 주민들 동의를 구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 길고양이 급식소를 관리, 운영하는 주민센터나 구청에 들어오는 고양이 민원만 해도 상당하다. 화정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또 지자체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급식소를 마련해 주민들 간 갈등을 줄어보자는 취지였다"며 "급식소 인근으로 고양이가 몰리니 중성화를 위한 포획이 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길고양이를 둘러싼 주민들과의 갈등은 크다. 한 아파트 단지에 붙어있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주의문.

이어 "여름에는 발정기 때 나는 울음소리가 시끄럽다거나 급식소 주변에 있는 쓰레기 더미를 헤집어 냄새가 난다는 내용의 민원이 급증한다"며 "길고양이 보호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일치하거나 높지 않기 때문에 동물보호 프로그램이나 정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겨울철 추위를 피해 길고양이 다수는 자동차 엔진룸, 주택가 열풍기 등에 몸을 숨기는데, 그 과정에서 로드킬이나 기계에 몸이 끼어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광주시 동물보호소에 따르면, 매년 구조되는 길고양이를 포함한 유기묘는 1700여마리에 이른다.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에는 중성화 수술을 통해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자는 대안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광주시도 이른바 TNR(포획-중성화 수술-제자리 방사) 사업을 지난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2018년 길고양이 500여마리를 중성화한 데 이어 2019년 1700여마리, 2020년 1800여마리를 목표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진행했다. 2021년에도 1836마리를 목표하고 있다.

길고양이 포획, 지정병원에서 수술 이후 방사로 끝나는 중성화 수술의 과정은 시와 계약한 포획단과 캣맘에 의존하고 있다. 중성화를 위한 포획을 위해서는 결국 급식소, 쉼터 등을 통해 길고양이가 자주 발길을 들이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

캣맘들과의 관계망도 필수적이다. 캣맘의 지속적인 케어로 중성화 사업을 진행하는데, 만약 케어가 되지 않는다면 고양이는 음지로 숨게 되고 번식이 늘어 오히려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성화 수술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인식개선 캠페인을 통해 고양이 혐오 범죄를 예방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재개발이 확정된 아파트 건물에서 고양이 21마리를 구조한 광주시 캣맘협의회는 중성화 수술의 핵심으로 방사 이후 길고양이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정순 대표는 "어쩔 수 없이 겨울은 길고양이가 생존하는 데 힘든 계절이다. 캣맘들이 부지런히 핫팩으로 어는 속도를 낮추고 물을 자주 갈아주는 수밖에 없다"며 "길고양이로 인한 주민들과 갈등을 최소화 하는데는 현재로서 중성화 사업이 유일한 대안이다. 여기서 핵심은 '안전한 수술'이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민원에서 비롯된 중성화 수술은 길고양이를 다시 살던 곳으로 방사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고양이들은 야생성을 잃어 도태되기도 하고 영역을 잃었다는 스트레스나 후유증으로 죽기도 한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