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푸른길 생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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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광주푸른길 생채기
  • 입력 : 2020. 11.26(목) 16:45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사진
광주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공사 4공구 대남대로 미래아동병원과 백운광장 주변의 경우 교통 혼잡도가 다른 곳에 비해 높다. 인근 백운고가차도 철거와 백운광장 하수관거개선사업 등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어서다. 이것만이 아니다. 광주 남구가 지난해부터 사업비 879억 원이 투입되는'백운광장 뉴딜사업'도 추진중이다. 이들 사업이 모두 완료되는 2023년 말께에는 백운광장 풍경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31년 동안 남구의 관문이 돼온 백운고가차도가 철거돼 백운광장은 광장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여러 공사들로 인해 광주의 명소인 푸른길 숲은 많이 훼손된 모습이다. 울창했던 숲길 여러 곳이 휑한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공사가 진행 중인 양림동 아파트 앞에서부터 백운광장까지 약 1km 구간의 푸른길에 식재된 나무가 베어져 나가거나 다른 곳으로 이식된 때문이다. 시민들의 힘으로 애써 가꾼 소중한 유산이 개발로 인해 생채기가 난 것이다.

2000년 경전선(慶全線) 도심 구간이 폐선되자 기찻길 공간에 나무와 꽃을 심어 숲길을 만들자는 시민, 시민 단체,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2002년 3월 (사)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가 결성돼 광주역~진월동 동성중 8.1km 폐선 구간이 오늘날 푸른길로 새롭게 탄생했다. 기차 소리가 멈춘 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푸른길은 여름이면 녹음 속 산책길이 뚫려 하루 평균 2만여 명의 시민이 이용하고 있는 광주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이런 곳이 각종 공사로 망가져서는 절대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 계획 단계부터 설계, 시공 과정에서 광주시와 남구 등 지자체 차원의 푸른길 보존 대책이 강구되고, 관련 민간단체와 시민들도 공사 중 쓸데없는 푸른길 훼손이 이뤄지는 지를 철저하게 감시했어야 했다. 공사 전에 공사 구간 푸른길 사진 촬영을 해놓았다가 완공후 비교 검증해 수목을 복원해내는 일 또한 가꾸기 운동 본부의 역할이지 싶다. 가꾸기는 단순히 잘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잘 지켜내는 것도 중요한 때문이다.

매사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다행히 남구가 추진하는 백운광장 뉴딜사업에 포함된 푸른길 브릿지 조성이 푸른길 완전체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남구에 따르면 내년 10월 완공 예정인 푸른길 브릿지는 백운고가 차도 등으로 단절된 푸른길 공원 연결사업이어서다. 푸른길은 크게 4구간으로 나뉘어있는데 3구간(남광주역~백운광장 2.1km)과 4구간(백운광장~동성중 2.8km)이 백운고가차도 등으로 인해 끊겨 있다. 백운고가차도가 철거된 뒤 이곳에 길이 220m, 폭 4m 가량의 푸른길 브릿지가 건설되면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푸른길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