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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도시 맞나, 젊은 연극인 삶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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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예향도시 맞나, 젊은 연극인 삶 버겁다

"극단 생활 하다 서울로… 장래 보장 어려워"
동신대·호남대 등 지역대학 인력 유출 심각
"문화기관, 적극적인 청년 배우 양성 필요해"

게재 2020-10-28 17:43:54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7일 극단 토박이 소속 젊은 배우들의 공연 연습이 이 한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7일 극단 토박이 소속 젊은 배우들의 공연 연습이 이 한참이다.

"올해 신입 단원 5명 뽑았는데, 1명 빼고 다 나갔어요. 평소 같았으면 광주에서도 충분히 연극할 수 있다고 설득했을 텐데… 코로나19로 너무 활동을 못 해서 붙잡기도 미안했죠."

광주 젊은 연극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안그래도 빈약한 생태계로 연극인수가 많지 않은데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더 이상 지역에 뿌리를 내릴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향' 혹은 '문화수도'라는 별칭은 이제 광주 연극계에서는 그저 부끄러운 자조일 따름이다.

28일 광주연극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등록된 20~30대 회원은 총 58명이다. 반면 부산연극협회에 등록된 20~30대 회원은 152명, 대구연극협회에 등록된 20~30대 회원 역시 125명이다.

광주는 그야말로 반토박 상황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8년째 광주에서 연극을 해온 젊은 배우 송한울(30) 씨는 한숨을 내쉬면서 답했다.

송씨는 "연극계는 고정급여를 줄 만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인 데다가 시대가 변하면서 공동체 예술의 결집력이 약해졌다"며 "극단에 소속되지 않고 프리랜서 활동을 선택한 젊은 배우들이 서울이라는 무대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 모습이 나쁜 거라고는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울에서 계획적인 연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광주는 지역 색깔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아쉬운 맘이 크다"며 "3월부터 예정된 공연이 계속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 때문에 젊은 배우들의 활동 무대는 더 축소됐다"고 토로했다.

윤재원(26) 씨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윤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더라도 부업 없이는 극단 활동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며 "광주는 관객을 포함해 연극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연기에만 몰두하기 쉽지 않다. 예향의 도시 광주라면서 청년 배우들을 서포팅하는 프로그램이나 대책은 없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있어도 서울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고 말했다.

젊은 배우의 부재는 광주의 원로 배우들도 이미 공감하고 있는 문제다.

임해정 극단 토박이 대표는 "동신대, 호남대에 공연예술과 관련한 학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 학생들이 지역의 일꾼으로 자리 잡지 못한다"며 "연기를 시작한 초반에만 극단에 머물고 서울로 떠나는 배우들이 많아 연극 인력이 축적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50~60대가 주류인 광주 연극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젊은 연극인의 등을 외지로 떠미는 것은 광주에 부재한 지원 정책의 탓이 크다.

연극 관계자들은 연극이라는 공동체 예술의 특성을 고려한 지원 대책이 광주선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 광주에서 공연 예술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공모사업은 보통 1년 단위로 진행돼 일회성으로 끝나 버린다. 또 단체 별로 100만원 단위의 지원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공연 예술인 개인에게 돌아가는 지원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지역 문화를 살리겠다고 탄생한 광주문화재단에서 매년 '청년예술인창작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개인 예술로 분류되는 문학, 시각 예술과 동일한 기준의 지원금을 공동체 예술인 공연 예술 분야에도 적용한다. 투입되는 인원이 다른데도 말이다.

임 대표는 "광주문화재단, 아시아문화전당, 광주시립극단 등과 같은 기관에서 연극에 뜻이 있는 젊은 배우들을 육성하는 실질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단체로 지원받는 공모사업 이외에도 예술인 개인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소득 보장한다면, 광주에서 젊은 배우를 찾아볼 수 없는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두옥 동신대 뮤지컬·실용음악학과 교수(영화·연극 이론 및 연출)는 "노상 문화·예술의 도시 광주라고 하지 않느냐. 그런데 공연 예술에 대한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지원대책이 대부분이다. 한 공연을 올리기 위해서는 배우, 감독, 스텝 등 참여 인원이 많은데, 한 작품이나 단체로 한정해 지급하는 방식은 맞지 않다"며 "광주의 연극계를 위해서라도 나눠주기 식의 지원보다 작품성을 고려한 지원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극단을 만든 친구들도 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국 다른 지역에서 연극 활동을 하기로 한 사례도 있다"며 "광주시립극단에 소속된 상주 배우가 없다는 점 또한 뜻 있는 젊은 배우를 놓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다. 교향악단, 합창단, 발레단처럼 연극배우도 관련된 공식 단체를 들어가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있도록 환경적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