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교사는 왜 두 번이나 직위해제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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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A교사는 왜 두 번이나 직위해제 됐나
검찰 무혐의에도 중징계 요구한 시교육청||교육장 직위해제 취소했으나 징계 가능성 ||법조계 "교육청, 과잉금지 원칙 위반 의심"
  • 입력 : 2020. 10.25(일) 16:59
  • 양가람 기자
지난해 9월 광주 남부경찰서 정문 앞에서 성 교육 수업 중 단편영화를 상영한 배이상헌 교사 지지모임이 현수막을 펼쳐들고 광주시교육청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수업 중 신체의 노출이 있는 영화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한 교사가 검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 처분을 받기 전부터 해당 교사는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직위해제 된 상태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무혐의가 된 해당 교사는 학교에 복귀했지만, 시교육청은 또 한번의 직위해제를 내렸다. 도대체 왜 이런 사태가 광주 교육계에서 발생했고, 1년이 넘도록 끝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검찰 불기소 의견에도 2차 직위해제

해당 교사의 이름은 배이상헌(본명 이상헌). 이 교사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성과 윤리' 수업을 하면서 프랑스 영화 '억압당하는 다수'를 상영했다. '미러링' 기법을 통해 고정된 성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취지였으나, 일부 학생들이 영화 속 신체 노출 장면들을 불편해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상황을 순차적으로 살펴보면, 2019년 6월 민원을 접수한 광주시교육청은 곧바로 학생들을 전수 조사하고 이 교사를 수업에서 배제시켰다.

아울러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이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이는 시교육청의 성 비위 사건 매뉴얼에 따른 절차였다. 경찰 역시 초기 수사에서는 영화 속 일부 장면들이 중학생이 관람하기엔 부적절하다고 판단, 이 교사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반면 검찰은 일부 학생들에게 불쾌감과 성적 수치심을 준 사실은 인정되나, 도덕교사로서 성교육의 목적으로만 (해당 영화를)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혐의 없음'으로 해당 사건은 종결되는 듯 했다. 여기까지 총 13개월 여가 걸렸다.



●학대냐 교육이냐… 이분화된 시선들

논란이 다시 일어난 것은 검찰의 결정과는 별도로 자체 진상 조사를 진행한 시교육청이 이 교사 중징계를 요구하는 징계의결요구사유서를 징계위원회(위원장 류혜숙 부교육감)에 보내면서 부터다.

징계의결요구사유서에는 이 교사와 관련된 네 가지 비위사실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수업 중 부적적한 발언 △수업 중 부적절한 영상 △분리조치(수업배제) 불응 △SNS를 통한 신고학생들에 대한 가해가 그것이다.

시교육청은 이 교사가 국가공무원법 제57조(복종의 의무)와 제63조(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교사를 지지하는 지역의 교육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수업 중 부적절한 발언'은 경찰 단계에서 소명돼 '혐의 없음' 결과가 나왔다. 즉, 수사기관에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징계의결요구사유서에는 경찰에 최초 신고된 내용으로 해당 사항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또 '수업 중 부적절한 영상'도 검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상태다.

성평등교육과 배이상헌을 지키는 시민모임 회원들은 "애초 이 사안은 교육·인권 맥락 안에서 전문적·종합적으로 판단할 일"이라며 "시교육청이 경찰·검찰에 넘긴 건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죄가 없으면 검찰에서 소명하면 된다'던 교육청이 막상 검찰에서 무혐의 불기소되자, 중징계를 추진하는 것은 자기 모순의 끝장판"이라고 주장했다.



●지원청 교육장 직위해제 취소 의미

이런 상황에서 관할 교육지원청인 서부교육지원청은 지난 19일 이 교사의 직위를 해제했다. 중징계 의결이 요구된 교사로서 학교에서 정상적 학생지도와 교육활동 등의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허나 곧바로 관할 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직위해제 처분을 취소했다. 해당 교육장은 "직위해제 목적은 피해 학생들과 교사의 분리다. 해당 교사가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는 만큼 직위해제 필요성은 없다"고 취소 사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이 교사는 "(서부지원청) 교육장은 성 비위로 인한 분리조치 측면에서 직위해제 이유가 사라졌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본인이 나서 관련 법규를 살폈다고 한다. 교육청 관료조직 내 강온대립이 상당히 길었던 만큼, 15개월 가량 이어진 배이상헌 지지모임 투쟁이 교육청 내부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협없는 성비위 사건 조치" VS "과잉금지 위반"

한 명의 교사가 두 번이나 직위해제를 당하면서 해당 사건은 지역 교육계 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현재로서는 담당 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직위 해제를 취소했다 하더라도 사건이 징계위로 회부돼 있는 만큼 이 교사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시교육청의 성비위 관련 사건에 대한 타협없는 조치는 일부 학부모들의 지지를 얻고 있기도 하다. 이 교사 사건과 관련해 시교육청의 입장에 찬성하는 학부모들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불쾌감을 느낀 학생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것이 이뤄지지 않는 한 교단에 서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반면 법률 전문가들은 시교육청의 이번 조치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비례의 원칙)을 검토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행정법상 '과잉금지 원칙'(비례의 원칙)은 헌법 제37조 제2항 등에 근거한 것으로, '행정기관은 목적달성에 적합한 수단 또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등의 기준을 세우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설령 교육 방식에 논란이 될 만한 사항이 남았더라도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다시 품위손상과 복종의무 위반을 내세워 직위해제 처분과 징계 절차를 밟는다는 건 행정법상 과잉금지 원칙(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