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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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가을의 섬진강'
박수진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0. 10.04(일) 15:12
  • 박수진 기자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김용택의 시집 '섬진강 1'에 그려있는 섬진강 풍경이다. '눈꼽 만큼도 지루하지 않은 길'이라 평가될 만큼 섬진강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변길로 꼽힌다.

섬진강은 마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며 곳곳마다 아름다운 풍광과 명소를 만들어낸다. 특히 가을의 섬진강은 무척 운치가 있다. 청명한 하늘에 흩어진 하얀 뭉게구름과 반짝이는 푸른 물결, 고운 은모래가 펼쳐진다. 섬진강은 옛 부터 고기 절반, 물 절반이라 했다. 강의 하류에는 아직도 맑은 강물에서만 산다는 은어와 참게 등이 살고 있다. 섬진강 주변 식당에서 맛보는 은어튀김과 참게탕은 가을 별미다.

섬진강변을 따라 가는 길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상쾌한 가을 바람과 주변에 펼쳐지는 경관은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든다.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보면 곡성을 지나 어느덧 경상도 하동 화개에 닿는다. 화개에서 쌍계사까지 길목마다 예쁜 카페들도 줄지어 있다. 화개천 야생 차밭과 어우러지며 가을 향내를 뿜어낸다. 기자가 매년 가을, 섬진강변을 찾아 호젓한 정취를 만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올해는 아름다운 섬진강을 바라보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섬진강 유역인 구례와 하동은 여전히 수마가 할퀸 상처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지난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섬진강댐 수위가 높아져 방류하면서, 제방과 하천이 무너지고 범람해 침수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며칠 전 찾은 섬진강변에 자리한 카페는 "수해 복구 중"이라는 푯말만 내걸린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지난 6~8월 장마기간 동안 섬진강 유역 강수량은 1069㎜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환경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50년 섬진강의 홍수량'은 현재보다 3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빨리 섬진강 홍수 피해 원인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홍수량 증가에 대비해 댐과 하천, 도심하수도 등 홍수방어체계 점검과 개선도 필요하다. 빗물받이, 하수관로 등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 투수층의 확보 등도 핵심과제다. 물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매년 가을,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맘껏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