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승화된 여성들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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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예술로 승화된 여성들의 연대 
최미애·박상해 '뜨개'통해 예술성 극대화||한 땀 한 땀 이어지는 뜨개의 관계 형성 속의 위로와 치유||여성과 연대하는 실천적 방법론의 구현||9월2일부터 광주여성전시관서 전시
  • 입력 : 2020. 08.26(수) 16:41
  • 박상지 기자

광주여성재단 기획전 '그녀들의 연대기'에 전시될 최미애 작가와 그의 시어머니 박상해씨가 작업한 뜨개작품.

광주 동구 금남로에 공간을 옮긴 광주여성가족재단이 기획전 '그녀들의 연대기'를 광주여성전시관 허스토리(Herstory) 개관전시로 선보인다.

9월2일부터 10월8일까지 광주여성가족재단 3층 광주여성전시관 허스토리에서는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뜨개'로 연대하며 다양한 여성들과 연대하는 실천적 방법론이 조사라 기획자의 기획으로 구현된다.

10여년 전 육아와 가사, 작업을 병행하던 최미애 작가는 시간적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행위의 수공예적인 작품을 시도했으며 동시대적인 조각 설치로 변화와 변주를 거듭해왔다. 재봉과 편물로 삼남매를 키우고 살림을 일궜던 아흔이 다 돼 가는 시어머니의 뜨개는 그녀의 연대기 속에서 삶을 유지시켜준 위로와 치유의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만든 뜨개물도 작품의 일부가 됐다. 여기에 8월 11일과 13일 두 차례 진행된 '가방 뜨개'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 동참해준 20여 명의 여성들이 고이 간직했던 꿈과 일상이 촘촘하게 얽혀있다. 가방을 뜨는 과정 속에서 여성들은 사회적 경험에 감정을 공유하며 위로와 치유를 통해 묵은 감정을 긍정적으로 승화해 나간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들이 손수 제작한 뜨개가방은 전시 기간 판매되며, 이에 따른 수익금은 미혼모 시설에 기부될 예정이다. 기부는 여성의 노동 행위가 또 다른 여성의 삶을 응원하며 확장해 나가는 공동체 의식의 실천이다.

전시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 아카이브 3개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 최 작가는 시어머니 박상해 씨,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함께 한 뜨개물을 활용해 강인한 여성들의 삶을 상징하는 연잎과 나무 기둥, 심장 등을 형상화한 설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를 기획한 조사라씨는 여성들이 지나온 삶과 시대를 의미하는 '연대(年代)' 와 여성들이 연결돼 함께 하는 '연대'(連帶)에 주목한다.

가느다랗고 연약한 한 가닥의 실들이 군집하면 질긴 내구성과 생명력을 드러내듯이 작가의 뜨개 작업은 공동체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며 여성들의 삶, 나아가 우리 사회가 연대하고 한 코 한 코 연결되는 뜨개처럼 여성들의 관계 맺기를 의미한다.

조사라 기획자는 "1970년대 '개인적인 것이 곧 정치적' 이라는 페미니즘 구호 아래 행해졌던 바느질과 퀼트 등이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의 도구였다면 2020년 광주에서의 뜨개는 국가와 세대를 초월한 연대의 수행이자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예술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들의 연대기'전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입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관객이 직접 작품에 개입하고, 여성이 직접 작품의 주체가 된다. 작품을 관람하고 그것의 일부가 되는 체험을 통한 상호작용은 전시의 새로운 경험을 마련해 줄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최미애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 졸업 후 1997년부터 7년 간 독일의 슈트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 조소과에서 수학했으며 2018년 전남대 미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자세한 내용은 광주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http://www.gjw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광주여성재단 기획전 '그녀들의 연대기'에 전시될 최미애 작가와 그의 시어머니 박상해씨가 작업한 뜨개작품.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