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문화복지 였는데…" 작은영화관 줄줄이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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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문화복지 였는데…" 작은영화관 줄줄이 폐쇄
◇코로나발 '휴관 장기화'… 협동조합 '운영 포기'||급여삭감에 최근에는 권고사직 조치까지 내려||"공익적 가치 위해 최소한의 운영비 확보돼야"
  • 입력 : 2020. 07.30(목) 15:16
  • 도선인 기자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극장가가 올 상반기 매출액과 관객수에서 1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도시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뚝 끊긴 상황. 하물며 농촌은 어떨까. '문화 소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농촌에 설치한 작은영화관의 사정은 더욱 안타깝다. 지난 3월 코로나19가 확산세에 접어들자 작은 영화관은 '임시 폐쇄'를 결정했다. 그러나 장기화되는 팬데믹 상황 속에서 '작은 영화관'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은 결국 운영 포기를 선언했다.

○줄줄이 문 닫은 영화관

군 단위 지역에서 주민들의 문화적 삶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이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전국 영화관 34개소에 대해 운영 포기 결정을 내렸다.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달 중순 법인 파산으로 인한 운영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운영 중단과 영화관 재산 반납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남에서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이 위탁 운영하던 △장흥 '정남진시네마' △곡성 '작은영화관' △화순 '화순시네마' △보성 '작은영화관'이 모두 문을 닫게 됐다. 앞서 코로나19 확산 조짐을 보이던 2월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휴관 기간이 계속됐다.

곡성 작은영화관 휴관안내. 2월부터 휴관이 계속됐다.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 측은 부지와 건물은 군 소유라 치더라도 건물 운영비와 인건비는 매달 정기적으로 지출이 되는데, 수익이 없는 휴관 기간에 운영난을 면치 못했다는 입장이다. 전 직원들에 대해서도 3월부터 급여삭감과 최근에는 권고사직 조치까지 내려졌다.

전남에서 작은 영화관 운영업무를 담당한 관계자는 "기존에 영화관 건물이나 상영 시설은 지자체에서 지원이 된 상황이었지만, 관람료와 같은 수익과 지원사업이 끊기다 보니 협동조합 자체적으로 영화관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비어있는 곡성 작은영화관.

○"공익적 가치 위해 지자체 나서야"

장흥 정남진시네마의 경우, 2019년 12월 기준 관람객 32만8618명의 관람객을 모을 정도로 전남에서 가장 주민들의 호흥이 높았다. 인기가 높았던 만큼 주민들의 아쉬움도 이어지고 있지만, 지자체도 고심이 깊다. 직영운영 방식을 택하던지 다른 위탁 업체를 찾아야 하는데 영화관 건물 건립주체나 위탁계약에 따른 수익분배도 다르고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누적 32만8618명의 관람객이 모일 정도로 전남에서 제일 인기가 많았던 장흥 정남진시네마 문이 굳게 닫혀있다.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는 "작은영화관은 수익적 구조를 기대하면 안된다. 문화 소외계층의 복지 차원에서 마련된 것인 만큼 군에서 직영운영이 어렵다면 전라남도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군에서 직영 운영을 하고 있는 고흥 '작은영화관'과 지역업체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진도 '아리랑시네마', 완도 '빙그레시네마'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모든 작은영화관이 2월부터 휴관 중이라 관람료에서 오는 수익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진도문화원에서 위탁 운영 중인 '아리랑시네마'와 완도문화나눔협동조합에서 위탁 운영 중인 '빙그레시네마'는 휴관 기간 동안 자체적으로 인건비를 주지 못할 정도의 적자 상황이 계속되자 8월 중 재개관을 논의하고 있다.

진도문화원 관계자는 "휴관 기간에도 삭감한 인건비를 포함해 한달 유지비만 500여만원이 정기적으로 지출된다. 현재 휴관기간동안 진도문화원 자체 예산으로 인건비와 유지비를 충당했지만 이마저도 바닥이 났다"며 "인건비 일부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코로나19 긴급 고용비를 신청해 6개월동안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6개월이 끝나간다. 재개관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작은영화관은 수익구조를 떠나서 군민들에게 개봉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첫번째 목표다"며 "올 상반기는 작은영화관의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 인건비와 같은 최소한의 운영비만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직접 운영도 고민해야"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 포기를 결정하자 철원과 영월은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을 나서면서 영화상영을 시작했다. 2월부터 전시, 공연과 같은 문화 활동을 하지 못한 주민들에게 최신작 영화 관람이라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영월 작은영화관은 지난 22일 군예산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영월군 관계자는 "군에서 한시적으로 직접 운영방식을 택했다"며 "위탁 업체를 찾을 때까지 운영비, 인건비 등을 군 예산으로 충당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철원군 관계자는 "지난 17일부터 철원군에서 직영 운영으로 재개관했다. 이후 철원문화재단을 설립해 위탁운영을 맡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글·사진=도선인 기자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