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직관으로 표현한 인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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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예술적 직관으로 표현한 인간다움
은암미술관, 윤애근 교수 10주기 회고전||'공-생명의 겹' 8월3일까지
  • 입력 : 2020. 07.09(목) 16:49
  • 박상지 기자

윤애근 작 '공(空) - 식영정(息影亭)' 은암미술관 제공

정산(晶山) 윤애근(1943년~2010년)작가는 예술가적 열정이 넘치던 화가이자 교육자였다.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역 미술 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인물 중 한명으로 평가받고있다.

1943년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서 3남 5녀 중 막내로 태어난 윤 작가는 여덟살이 되던 해 한국전쟁의 참상을 온몸으로 겪었다. 전쟁 중 구호물자로 나온 크레파스를 가지고 아동미술 실기대회에서 창경원을 그려 우수상을 받았고, 수원여고 시절 각종 대회에서 큰 상을 받으면서 예술가의 꿈을 키워갔다. 당시 국내 최고의 미술대학인 홍익대학교에 입학했으나 갑자기 기울어진 가세로 학업을 중단하고 출판사에서 삽화를 그리다가 이듬해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의 전신인 서라벌예술대학에 입학하면서 꿈을 펼치게 됐다.

청년기였던 1960년대는 사회적으로 매우 빈곤하고 혼란이 가중되던 시대였지만, 그럼에도 타고난 끼와 예술가적 열정으로 화가로서의 꿈을 완성해갔다. 1963년 '군선', 1964년 '삼밭', 1965년 '갈등', 1966년 '시장' 등으로 연이어 국전에 입상해 작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무렵에는 주로 일상적인 모습들을 진지하면서도 담담하게 수묵화로 그려냈다.

1970년대부터 화풍에 변화를 일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주로 대상과의 진지한 대면과 사색에 의한 것이다. 이 시기에 그려낸 '어촌'은 단순한 어부의 모습이 아닌, 어부의 애환이 느껴지는 본질적인 모습을 담담하게 화폭에 담아낸 것이다. 어부의 침묵의 모습을 통해 풍랑과 싸우고 찬바람을 맞아가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어부의 참 모습이 투영돼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1980년 이후 20년동안 윤 작가는 직관력을 통해 특유의 정체성인 '휴머니즘'에 몰입해갔다. 청색 공간이 주를 이루는 화면 안에서, 점점 각박해져만 가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에 에너지가 좀 더 풍부하게 분출되도록, 그리고 인간미가 넘치는 등 그 이전과 확연히 다른 표현들이 나타났다.

그의 타고난 직관력은 대상의 본질을 화면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는데, 1980년대 이후 휴머니즘적이면서도 맑음이 드러나는 청색시대에 들어오면서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공(空)' 시리즈가 창작되면서 더욱 직관에 의존하는 자유로움이 창조됐다.

올해는 윤 작가가 작고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코로나19로 점차 각박해져가는 일상 속에서 윤 작가의 휴머니즘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은암미술관은 오는 8월 3일까지 10주기 윤애근 회고전, '공(空) - 생명의 겹'展을 개최한다. '공(空) - 생명의 겹' 전에서는 고 윤애근 작가의 대표작 38점과 아카이브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한 예술가의 직관을 통해 휴머니즘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채종기 은암미술관장은 "윤 작가의 직관은 자신의 내면 혹은 자신의 단아한 삶에서 체득됐다"면서 "그가 작고한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났지만 그의 작품들은 생명력을 지닌 채 우리들을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정산 윤애근의 회화적 성과와 예술적 열정을 느끼고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덜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예방 및 관람객 안전을 위해 사전 예약제로 시행한다. 관람 가능한 요일은 월~토요일이며 관람시간은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다. 전시는 유튜브 '은암미술관 채널'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고 윤애근 작가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