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방장을 바꿔야 음식 맛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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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주방장을 바꿔야 음식 맛이 바뀐다.
추한창 동진문화사 대표
  • 입력 : 2020. 01.14(화) 13:45
  • 편집에디터
지난 해,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 "공명지조(共命之鳥)"는 불교경전에 나오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의 이야기이다.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한 머리는 밤에만 일어난다고 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먹는데,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머리가 화가 난 나머지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다. 공동운명체인 두 머리는 결국 함께 죽었다.

정치의 사명은 국민을 섬기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사명이다. 정치인은 정치를 실현하고 표현하는 사람이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하면 국민의 삶은 편안해지고, 정치를 잘못하면 고단해 진다. 그런데 20대 국회에는 정치도 없고 정치인도 없었다. 민생도 없었다. 정치의 기본인 타협과 협상도 없었다. 오직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뿐이었다.

마치 개와 고양이를 한 공간에 넣어둔 것처럼 만나면 싸우고, 물고, 뜯고, 툭하면 밖으로 뛰쳐나가고, 삭발하고, 단식하고, 고발하고.....

포용하고, 설득하고, 인내 했어야할 더불어 민주당은 "정치력 부재"로 매사를 힘으로 밀어붙이며 "유아독존"으로 일관하였다. 국민으로부터 탄핵 당한, 그래서 자숙해야할 자유한국당은 자기얼굴을 보지 못하고 "후안무치"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한 지붕 두 가족인 바른미래당은 집안싸움으로 "패가망신"했다. 민주평화당은 "오합지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지리멸멸"되었다. 밥그릇 싸움에 정신이 팔려, 정체성을 망각한 정의당은 명분도 실리도 다 잃을 처지에 놓여 있다.

고양이가 개와 함께 논다고 개가 되지는 않는다. 어디에 있든 고양이는 고양이다. 개에게는 개의 일이 있고, 고양이에게는 고양이의 일이 있다. 여당은 여당의 자리에, 야당은 야당의 자리에 있을 때, 견제와 균형이 조화를 이루어 국민에게 사랑받은 정치가 이루어진다. 짠맛을 잃은 소금은 소금이 아니라, 쓰레기다.

군소정당들이 밥그릇 하나라도 더 챙겨보려고 1년을 싸운 선거법은 비례의석 하나도 더 늘리지 못하고 법만 누더기로 만들었다. 국민세금으로 일하는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을 위해 21대 총선 때 한번 쓰고 폐기할 선거법을 만들었다. 힘에 밀린 다른 한쪽에서는 비례위성정당을 만들고 있다.

뚜렷한 벌이도 없는데, 국회의원이 된 후, 재산신고 때마다 수억 원씩 늘어나는 의원들도 있다. 국회의원들 상당수는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하고 있다. 강남에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도 있다. 부동산 정책과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고가주택 소유자고, 다주택 소유자라면, 그들이 만든 정책이나 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도끼로 자기가 자기발등을 찍을 사람은 없다.

정치인들은 개혁의 DNA가 없다. 개혁은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 때 정당과 정치인 개개인에게 철저히 책임을 물으면 저절로 이루어진다. 정치인은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다. 지금까지 정치개혁이 실패한 것은 개혁하겠다는 정치인들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은 우리정치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선거이다. 선거를 통해 책임져야할 20대 의원들을 철저히 심판하지 않으면, 21대 국회도 20대 국회와 같은 천민정치는 계속될 것이다. 의정 활동평가를 통해 힘없는 현역의원을 몇 사람 공천에서 배제하고, 다선의원 몇 사람 불출마시키면서, 20대 국회의 모든 잘못을 안수하듯 이들의 머리로 돌리는 혹세무민에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된다. 구정물통에 맑은 물 한두 바가지 부은 다고 먹는 물이 되지 않는다. 주방장을 바꾸지 않으면 음식 맛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