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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언제쯤 자기만의 방을 찾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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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언제쯤 자기만의 방을 찾아갈까?

게재 2019-12-10 14:55:35

"지금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자기만의 방을 찾아 전전한다."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는 소설 '자기만의 방'에서 인생 대부분을 집 안에서 보내지만 자기만의 공간을 가질 수 없었던, '그림자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대변했다.

사회적 약자였던 당대 그리고 후대 여성들에게 버지니아 울프는 페미니즘의 상징이 됐다. 2019년 대한민국은 유독 페미니즘의 메시지로 가득 찼다. '무엇이 페미니즘인가'에 대한 논란은 진행형이지만, 침묵을 강요당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디딜(進步)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여성들이 있다.

지난 3일 동구 대인동 영빈관에서 '대인동 인권ON돌방' 전시가 열렸다. 과거 성착취가 이뤄진 영빈관을 전시공간으로 꾸며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었다. 영빈관의 좁은 방 안에서 여성들은 낮엔 잠을 자고, 저녁엔 손님을 받는다(迎賓). 하지만 여성들은 이 방을 '손님방'으로 부르며 언제든 그 곳을 떠날 수 있도록 짐을 꾸려놓는다.

여성들에게는 진짜 '자기만의 방'이 없다. 그들은 타인의 방에 머물면서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그림자 같은 존재다. 여성들은 '수많은 노동을 놔두고 굳이 성매매에 뛰어든 음탕한 여성'이라는 낙인 속에 목소리를 거세당해 왔다. 여권 신장이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성매매 여성들은 '우리 세금으로 도와줄 필요가 없는'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성매매는 유입 단계부터 자발성이 반영될 여지도 없으며, 불합리한 착취 구조 탓에 쉽게 벗어날 수도 없다. 사회가 성매매 문제를 터부시할 수록 여성들의 삶은 더욱 곪아 간다.

우여곡절 끝에 여성이 탈업소(탈성매매) 하더라도 문제는 지속된다. 현재 탈성매매 여성들은 1인당 총 76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업주와의 법적 분쟁을 하거나 아픈 몸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금액이다.

자활지원센터를 통해 작업장 근무를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자활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여성들은 작업장에서 노동을 하고 시간당 6470원을 받는다. 10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월 64만7000원을 손에 쥔다. 규정에는 희망하는 사람에 한해 최대 월 150시간을 근무할 수 있다고 적혀있으나, 광주 지역에 150시간 근무 가능한 작업장은 없다.

성공적인 탈성매매는 건강한 사회인으로의 자립이다. 걸음마를 위한 기초 체력도 갖춰지지 않은 상대에게 일상을 견뎌내길 기대하는 건 또다른 폭력이다.

'자기만의 방'은 1929년 출간됐다. 책 속에서 울프는 '지금으로부터 백년 뒤'를 가정한다. 그때는 여성을 가로막는 장벽들이 사라지고 완전한 남녀평등의 시대가 올 것을 기대했다. 남은 10여 년, 얼마나 많은 우리네 여성들이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