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잔재는 가라"… 광주일고 새 교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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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일반
"친일잔재는 가라"… 광주일고 새 교가 울려퍼졌다
‘새로운 100년의 다짐’ 발표회 ||동창·학생·학부모·교직원 ||800여명 참석해 ‘첫 제창’||
  • 입력 : 2019. 11.19(화) 18:52
  • 박수진 기자

19일 광주일고 강당에서 열린 '새로운 100년의 다짐, 새 교가 발표회'에서 광주일고 합창단과 학생들이 새 교가를 부르고 있다.

광주일고 새교가 악보.

 "맨발로 앞서나간 님들의 발자국/ 일구이구 이어받은 우리의 의지/ 바른길로 나아가는 피 끓는 학생/ 새 역사의 중심이 되는 광주 제일고"

 19일 광주일고 교정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산실'인 학교의 정체성을 담은 새 교가가 가득 울려 퍼졌다.

 이날 오전 11시 학교 내 강당에서는 김상곤 총동창회장,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 김종률 작곡가 등 동창회 임원들과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8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새로운 100년의 다짐, 새교가 발표회'가 열렸다.

 행사는 광주일고가 친일잔재 교가를 불러온지 무려 61년 만에, 새 교가로 교체 후 첫 공개하는 자리인만큼 '축제' 분위기였다.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손을 모으고 새 교가를 힘차게 제창했다. 1929년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바른 길을 나아가고자 하는 다짐처럼 보였다.

 새 교가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산실'이라는 학교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과 교화인 '동백꽃', 꿈과 이상을 상징하는 '별'과, '별빛' 등의 단어로 학교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교가 교체작업에 참여한 나호림(광주일고 3년) 학생은 "오늘은 무척 기쁜날이다. 그동안 작업을 해온 새로운 교가를 완성해 모두가 함께 제창하니 자랑스럽고, 뭉클하고, 뿌듯하다"며 "학교의 전통을 계승하고, 미래로 나아간다는 의미의 새 교가라서 앞으로 자랑스럽게 부를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새 교가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씨와 교내 공모를 거쳐 선정된 재학생 4명이 공동으로 작사·작곡했다. 김종률씨는 광주일고 졸업생이기도 하다.

 김종률 작곡가는 "처음 교가 작곡 의뢰를 받았을 때 부담이 무척이나 컸지만, 모교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재학생들과 함께 의미있는 작업을 한 것 같다. 그래도 내 역할은 한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상곤 총동창회장은 "해방이후 72년 동안 남아있는 일제잔재, 친일잔재를 걷어내야 할 때다"며 "광주일고 또한 친일잔재 교가를 부른지 61년 만에 교가를 바꿔 새롭게 떠오르는 광주일고를 만들고자 다짐하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광주일고는 지난 1월 본보 보도를 통해 교가를 작곡한 이흥렬이 친일성향의 인사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11개월간 교가 교체작업을 해왔다.

 이승오 광주일고 교장은 "전남일보 보도 이후 광주일고 교가 작곡가의 친일 행적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후배들에게 친일파 논란에서 벗어난 자랑스런 교가가 불러져야 한다는 동문의 의견이 모아졌고, 친일파 작곡가의 교가를 부를 수 없다는 재학생들의 단호한 의지와 교직원들의 뜻, 학부모 의견이 모아져 새교가를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광주 광덕중·고와 대동고가 같은 이유로 친일 잔재교가를 새 교가로 교체했다.

 금호중앙여고, 숭일고 등 광주지역 13개 학교에서도 올해 안에 '친일 교가' 교체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광주지역에서 시작된 '친일잔재 교가 교체' 물결은 서울과 경기, 충청, 울산, 제주 등 전국적으로 퍼진 상태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