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벌판에 묻힌 독립군들의 발자취 되살려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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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만주벌판에 묻힌 독립군들의 발자취 되살려내기
역사 다큐 사진작가 흑백사진 90여점· 소회 등 담아
  • 입력 : 2019. 08.29(목) 16:28
  • 박상지 기자

중국 화북성 태항산 자락과 연안 지역에는 항일 투쟁을 벌인 조선 의용군들이 직접 파서 생활하던 토굴인 야오동 흔적들이 많아 남아있다. 하지만 긴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폐허로 변해가고 있다. 책 발췌

조선 의용군의 눈물

박하선 | 눈빛 | 2만2000원

일제의 강점에서 해방된 지 70년이 넘었다. 그러나 조국은 두 동강이 나 있고, 민족을 배신한 친일세력들은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있다. 반면 조국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독립군들과 그 후손들은 이름없이 낯선국가인양 조국에서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역사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잃어버린 국토에 대한 안타까움과 설움을 사진으로 기록해 오고 있는 박하선 작가가 이번에는 만주벌판에서의 항일의 흔적을 사진과 에세이로 기록했다.

신간 '조선의용군의 눈물'은 흑백 사진 90여점과 현장의 소회를 적은 산문이 함께 실려 보는 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그는 첫머리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독립군은 우리에게 무엇이었고, 그들은 과연 누구였는가? 꽤 많은 세월이 흘러가버린 지금에 와서야 이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궁금증을 어찌 할까. 그러다 보니, 내가 알고 있던 독립군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근래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먼저 부끄럽다고 말하고 싶다. 이따금 주어들은 것들만이라도 참고해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알 수 있는 것을... 먼저 게을리 한 내 자신을 나무라고 다음으론 이 사회의 병폐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목숨 바쳐 똑같은 독립운동을 하고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잊혀진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의 진실을 알아가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그 동안 고대사의 진실을 찾아 만주벌판을 누벼오다가 늦게나마 또 다른 진실, 잊혀졌거나 우리가 몰랐던 독립군들의 이름들을 찾아 그 현장을 찾아 나섰다."

일제의 식민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혹독한 고문을 견디고 목숨을 바쳐가면서 까지 독립운동을 이어갔던 부류는 크게 세 집단이었다. 먼저 김구 선생이 이끌었던 임시정부의 '광복군'이 있고, 태항산(太行山)과 연안(延安)에서 활동했던 '조선의용군'이 있으며, 만주와 연해주에서 활동했던 '항일빨치산'이 바로 그것이다.

조직에 있어서 조금씩 차이는 있었으나 모두가 일본군을 상대로 한 독립군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 동안 임시정부 산하의 광복군만이 독립군이었던 것처럼 인식하고 나머지는 거론하는 것조차 꺼려오지 않았던가. 물론 두 단체는 이념을 달리해 해방 후 북조선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북조선 유일사상의 뿌리인 항일빨치산은 그렇다 치더라도 조선의용군은 사정이 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세 단체 중에서 조직면에 있어서 조선의용군이 가장 탄탄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최전선에서 일본군과 싸워 희생도 많았다. 시작부터는 아니지만 단지 중국 공산당의 팔로군(八路軍)과 함께 했다는 것에서 이념론자들의 비난의 화살을 받는다. 또한 해방 후 살아남은 자들이 북조선을 선택해 들어갔다는 것도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토록 바라던 해방 조국에서 친일파들의 처단 없이 또 다시 그들에게 무대를 만들어준 곳을 선택한다는 것은 강직한 그들로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을 지 모른다.

조선의용군의 흔적은 주로 중국 화북성 태항산 자락과 중국 공산당의 성지인 연안에 몰려있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곳에 가면 그들이 기거했던 '야오동'이라는 토굴들이 부서진채 남아있고, 교육장으로 사용한 건물들의 일부도 살펴볼 수가 있다.

사진가 박하선은 우리에게 잊혀진 거나 다름 없는 조선의용군들에 관한 그 흔적들을 더듬어 보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청춘을 바쳐, 목숨을 바쳐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그 많은 어려움 속에서 고군분투 했지만 해방된 조국은 남과 북 어디에서도 그들을 외면했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 말한다.

잡초 속에 묻혀 외롭게 남아있는 무명 용사 무덤, 호가장 전투에서 희생된 4명의 희생자들, 그리고 십자령 전투에서 순직한 윤세주와 진광화, 지금도 중국에서 칭송하는 음악 천재 정율성. 이들을 비롯한 모든 의용군들 또한 이념과 상관없이 조선의 어머니 자식이었고, 조국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싸웠다는 것이 분명한데도 우리는 왜 그들을 잊고 있어야 했던가에 그의 사진들은 의구심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

그는 말미에 이렇게 적고 있다.

"이념의 차이로 인한 과오가 있다면 그건 모두 해방 이후의 일들이라 생각하자. 지금도 친일파의 잔재 세력이 설치고 있는 세상이어서 나는 지금 독립군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호소하면서 숙제를 남긴다.

"결국 우리의 독립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시대에서도 우리는 그들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 시대 우리의 독립군은 어디에 있는가. 이 시대의 독립군이 있다면 못다 이룬 친일파 세력의 척결에만 국한하겠는가. 그다지 잘난 것은 없지만, 그다지 선량하지도 못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지켜야 하는데도 애국과 애민, 그리고 법을 팔아서 좀먹는 벌레들이 부지기수다. 요즘 들어 말하는 적폐세력이다. 원래 우리 인간들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고 이 시대의 독립군도 필요치 않다. 하지만 그들의 부도덕성과 간교함 그리고 우리들의 우미함으로 인해 식민시대가 100년을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어찌 할 것인가."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