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불쏘시개냐, 찻잔속 미풍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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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의정
정계개편 불쏘시개냐, 찻잔속 미풍이냐
10명 탈당… 쪼개진 평화당||안팎 곱지않은 시선 속 ||내년 총선 생존 몸부림||20대 '호남 돌풍'기대||향후 합종연횡에 주목||
  • 입력 : 2019. 08.12(월) 19:48
  • 박수진 기자
광주 문인 북구청장과 주민, 어린이들이 12일 북구청 광장에서 열린 제 74주년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한반도 모양의 화단에 바람개비 태극기를 꽂은 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평화당이 결국 '분당의 길'로 접어들었다. 당내 비당권파 모임인 '대안정치 연대' 소속 등 의원 10명이 12일 집단 탈당을 결행했다. 창당 1년 6개월만이다.



 당장 호남 정치권이 복잡해졌다. 탈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될 이른바 '제3지대 신당'과 바른미래당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의 행보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우선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민주평화당 내부에서조차 부정적 시각이다. 명분과 정책적 의제, 인물도 없이 단지 지역주의에 편승한 '총선용 정당'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시선이다.



 이날 민주평화당 평당원협의회는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떴다방 처럼 패거리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뉘어 분당을 목전에 두고 싸우는 모습을 볼 때 심히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어떨까.

 윤태곤 정치분석가는 "평화당 간판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며 "그래서 무엇이라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만흠 정치평론가는 "당 지지율이 높아지지도 않아 불만이 커진 상태에서 총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권력 투쟁이다"며 "현재 상태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의 민주평화당 체제로는 총선에서 희망이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새로운 시도'라는 의미다.



 김대현 위민연구원 원장은 "내년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인식해, 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며 "현재의 '정동영 체제'에서는 더 희망이 없다는 것을 판단해 제 3지대로 가고 싶지만, 당 대표인 정동영은 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분열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조선대 정외과 지병근 교수는 "호남지역에선 평화당이 가지고 있는 권력 자원인 현역 의원이 상당수 있다"며 "인지도와 지역구에서 활동에 대한 성과가 긍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이들의 행보는 관심사다.

 당장 바른미래당 내 호남 지역 의원들과 바른미래당 호남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김동철·김관영·박주선 의원 등은 '제 3지대·중도대통합·빅텐트'를 연일 외치고 있다. 20대 총선 당시 광주와 전남을 강타했던 '안철수 돌풍'을 기대한 행보로 읽힌다.



 대안정치연대가 이날 "새로운 비전과 정책, 새로운 인물, 새로운 주도세력을 중심으로 뜻있는 인사들과 세력들이 다함께 모여야 한다. 국민적 신망이 높은 외부인사를 지도부로 추대하고 시민사회와 각계의 전문가가 대거 참여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제 3지대에는 당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같은 유력 인사가 없는 상태다.

김대현 원장은 "대안정치세력의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하려면 인물과 명분, 정책적 의제가 분명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모두 갖춰지지 않아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병근 교수는 "리더십에 있어 정치인의 존재가 가장 중요한 요건이고, 신당이 기성정당의 틈바구니에서 성장하는 것은 선거제도와 사회적 균열이 새롭게 존재하는 것"이라며 " 예를 들면 자본과 노동가 의 균열이 생기면서 노동당이 등장하고, 환경 문제가 부상하면서 녹색정당 등 사회적 균열에 기초해 정당이 만들어지는데 평화당이 추진하는 신당 창당은 사회적 균열에 기초해 만든 당이 아니다"고 했다.

또 "이슈에 대한 선점 효과를 갖출 만큼 정책 생산능력과 홍보능력 등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성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민의당에서 나와 민주평화당으로 출범한지 1년6개월여 만에 또 신당을 추진한다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피로감 등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