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호의 가치는 1조60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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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영산호의 가치는 1조6000억?
전승수 광주·전남 녹색연합 상임대표
  • 입력 : 2019. 07.30(화) 14:47
  • 곽지혜 기자
전승수 광주·전남 녹색연합 상임대표
강은 흘러야 강이다. 일반적으로 호수와 하천을 분류할 때 유속이 초속 10㎝ 이상이면 하천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이하이면 호수라고 할 수 있다. 영산호, 죽산보, 승촌보에서는 초속 1~2㎝이므로 모두 호수라고 불러야 한다. 우리는 영산강을 잃었다. 상류에 있는 호수가 아니라 하류에 있는 이들 호수의 수질은 나쁠 수밖에 없다. 강도 잃었고, 물도 잃었고 생태계도 잃었다. 결과적으로 연안 어장도 잃었고 지구온난화에 의한 자연의 공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으로 곧 영산강의 영향권에 있던 전남의 모든 해안환경도 점차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전남도청이 있는 남악 신도심의 영산호 호안에서는 여름철에 이상한 고약한 냄새가 난다. 영산호에 무슨 일이 있기에 그런 것일까? 남악 신도심은 전남 서남해안의 21세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희망의 신도시를 꿈꾸는 곳, 아니 꿈이 되어야 하는 곳인데... 우리나라에는 군사적으로 불가능한 한강하구를 제외한 모든 대형 하구에 하굿둑이 건설되어 있다. 물론 전체 소형하구도 49% 이상이 모두 막혀 있다. 모든 대형 하구호 주변마다 관광지구가 아닌 곳이 없지만 어느 하나 관광지로 성공한 곳이 없으며, 지어놓은 숙박시설 등의 관광시설이 폐허가 되지 않은 곳도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구가 막혀 있으면 바다로 빠져나가 연안환경을 살찌우게 할 유기물들이 하구호에 급격히 퇴적되어 퇴적물에 유기오염을 일으키며, 여름철에는 이들 물질에서 용출되는 인에 의해 다시 녹조현상을 일으키고, 이들은 다시 퇴적물에 축적돼 결국은 수질악화는 물론 악취를 발생하여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연안어장도 영양염의 부족으로 피폐화되고, 하굿둑 근처의 바다는 퇴적물이 빠르게 퇴적돼 해수의 수질을 악화시켜 안과 밖으로 모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하굿둑이다. 영산호의 수질문제는 더 나아가 영암호, 금호호의 수질문제를 야기할 것이 틀림없다. 더 늦기 전에 지역민의 민의를 모아 혁신적, 아니 상식적인 생각에 바탕을 두어 해결해야만 광주·전남 지역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의 결과 죽산보와 승촌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우리 지역도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정작 4대강 사업으로 6500억 이상이나 얻어 쓴 영산강 하굿둑의 문제는 잠잠하다. 영산강을 막아 하구호가 된 이후 벌써 40년이 되어가는 영산호의 수질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4대강 보의 처리문제에 잠겨버린 것 같다. 이제 아무리 상류에서 물을 정화한다고 하더라도 영산호 내에 평균 5m 이상 쌓여있는 오니에 의한 수질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이 오니를 제거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1조6000억 이상의 예산이 들것이며, 주기적으로 수백억을 들여 계속 준설을 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지역에 논의기구조차 없다. 국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자연하구의 가치로 볼 때 년 5000억 이상의 영산강 하구호의 가치를 무시한다고 하더라도, 1조6000억의 빚을 안고 있음에도 우리가 왜 무관심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하굿둑을 건설할 때에 벤치마킹을 했던 네덜란드는 1986년에 이미 완전개방형 하굿둑으로 건설방향이 바뀌었으며, 해일참사의 대책으로 1962년에 완공했던 하굿둑에는 2004년에 터널을 뚫어 해수를 부분적으로 유통시켜 수질문제를 완벽히 해결했다. 해수의 능력을 이용, 수질을 개선한 성공적인 결과를 적용해 네덜란드의 연방정부와 젤란트 주정부는 영산호보다 2~4배 큰 2개의 하구호에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해수를 유통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구호 주변에 담수가 필요한 농가를 위해서는 상류에서 수로와 관로를 통해 깨끗한 담수를 공급해주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우리가 벤치마킹을 했던 네덜란드는 이제 모든 하구호에 해수유통을 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네덜란드나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북해에 인접한 국가들은 해일방지를 주목적으로 담수활용도 할 수 있는 다목적 하굿둑을 건설했다. 그러나 우리 하굿둑과 다른 점은 이들 하굿둑에는 모두 대형 통선문이 설치돼 있으며, 하구호 내에는 수천 척의 선박이 접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구호 내의 항구에는 어선도 많이 접안을 하고 있지만 수천, 수만의 요트들이 접안되어 있는 마리나와 함께 하구호 자체가 관광단지와 하구생태도시의 기능을 하고 있다. 로테르담, 뉴욕, 런던, 함부르크, 브레멘, 시드니, 샌프란시스코, 동경, 상하이 등 대부분의 국제적으로 유명한 도시들은 모두 하구와 인접, 발전하며 점차 상류와 바다 쪽으로 발전해 나가는 항구도시들이다. 물론 모두 막혀 있지 않고 바다로 열려 있는 하구들이다. 영산호 하굿둑을 부분적이라도 개방해 수질개선과 함께 열린하구가 되고 대형 통선문을 통해 선박들이 영산호로 출입하고 정박을 한다면 영산호 주변 역시 이들 유명도시와 마찬가지로 국제적인 하구도시로 탈바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의 전문가들에게 하구호 수질개선방법에 대해 수차례 물어보았다. 그들도 오랫동안 고심하고 연구를 하였지만 "해수유통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한결같이 대답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